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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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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2.7


BY 편지 2000-05-20

Dear 현란

올해에는 하얀눈을 보기가 현란 보기만큼 힘들다.
오늘도 아주조금 뿌리던 눈은 비로 변하여 약간 내렸었다.
그동안 몸건강히 안녕하겠지? 부모님도 안녕하시고...
삭막하고 서먹서먹 하던 생활도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
아직까지 맡겨진 일은 없지만 열심히 배우며 미래의 초석을 닦는게 나름대로 보람있는 생활이다.

전번 일요일은(1월 31일) 태백에 잠시 나가 필요한 것 사가지고 온후 새벽 2시 30분까지 본사에 올라갈 연수보고서 쓰고, 매일 매일 수습보고서 쓰는 것이 확교생활보다 더 바쁘다.
6시에 퇴근하여 어물쩍 하다보면 11시, 항상 12시가 넘어 자다보니 어제는 초과 수면을 취하여 아침부터 법석을 떨었어.
일어나 보니 7시 15분 출근 했어야 할 시간인데 일어났으니, 그것도 최고 졸병이... 그래서 아침은 생략하고 세면은 저녁때로 미루고 양치질은 점심때로 미루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최고 꼴찌. 다음부터 그러면 안되겠지?

오늘 현란이 보낸 편지를 받았어 그런데 따질것이 있는데 그것이 뭐냐하면 "아저씨"가 뭐니? 이제부터 나도 미리 연습하는 의미에서 현란을 "할머니"라고 불러도 될까보다.

내일만 근무하면 3일 연휴이다. 현란은 조금 샘 나겠지만 조업 관계상 우리회사는 한달에 한번정도 연휴로 쉬고 다른주 일요일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 때문이야
집에 다녀올까. 춘천에 다녀올까, 친구한테 다녀올까 등등 많은 방안을 마련하여 검토해 봤는데 결론은 버킹검이 아니라 방에서 푹자고, 빨래하고, 편지쓰고, 머리깍고, ?D안먹고, 쉬는 것이 가장 힘안들고, 시간안들고, 돈안들고 등등 좋을 것 같아 그렇게 결정했어 오랬동안 못 보고 보고싶고, 또 보고싶고 하다가 보면 더 예쁘고, 귀엽고, 반갑고 할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지.
저쪽 방에서 짜짜로니 먹으러 오란다. 내일 마저 쓸께


11시 14분 전화할까 말까 하다가 전화 하기로 했다.
지금쯤 어쩌면 새근 새근 꿈나라에 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잠은 깨워 놓아야만 흐믓 할 것 같아 다이알을 돌렸는데 아침일찍 성당가고 삼학산에 가야 한다고 하니 조금은 미안했어
지금쯤은 (2월 7일 13시) 한참 힘들게 산을 오르고 있겠지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며 땀흘린후 오른 정상은 많은것을 현란에게 안겨 주리라 생각한다.
여기는 머리들어 쳐다보면 산, 산이다. 앙상하고 스잔하게 지금은 보이지만 2월이 가고 3월이 오면, 4월이 오면 보다 나은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자연이 그렇고 인생이 그러한 것 같다. 항상 아름답고 현란하지 만은 않지만 인내하고 가꾸고 다듬으면 보다 나은 모습이 될 것이다.
생각하는 가운데 이해가 싹트고,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은 믿음을 안겨주고, 믿는 믿음에서 고귀한 소망과 사랑을 얻을 수 있으리라. 사랑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모든것을 사랑하련다.
이제 내일이 올 시간(11:40 PM)이다.
내일이 오면 현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
조용히 잠을 청하자

1988.2.7

-선-

* 며칠전 회사에 제출할 사진을 찍었다. 조그만 사진이지만 없는 것 보다 나을것 같아 동봉한다. 나중에 찍으면 다시 부쳐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