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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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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12.말경


BY 편지 2000-04-20

현란에게

바람한점 없이 포근한 저녁이다.
이세상 모든 사람들의 마음도 오늘 저녁마냥 포근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크리스마스 즐겁고 보람있게 보냈는지....
주님의 은총이 온누리에 퍼져 현란의 마음도 평온하고 축복받은 나날이 되리라 생각한다.

요즘 나에겐 웬지 모르게 조용함이 엄습하고 모든것을 다 잃은듯한 허무함이 느껴진다. 항상 뇌리에 자리잡고 있던 추구하던 하나의 조그마한 목표가 달성되었을 때의 기쁨보다는 아련히 떠오르는 과정의 순간들이 표현할 수 없는 공허를 자아내기도 하고...

나의 몸이 많이 쇠약해 졌다시며 안스러워 하시는 부모님의 표정에선 세월의 무상함과 너무나 많이 늙으셨음을 느낀다. 스믈여섯해 동안 키워놓은 자식이 또다시 타향으로 떠남을 걱정하시며 이제는 책좀 그만보고 푹 쉬라는 엄마의 말씀에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이 세상의 모든 아들, 딸들은 결국 근심제조기에 지나지 않는것 같다. 지금까지 나를 길러주시 부모님의 하염없는 조력에 감사드리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풀어준 주위의 친구들의 도움에 감사하며, 나를 위한 현란의 기도에 감사하며 87년을 보내고 싶다.

88년엔 보다 진실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
나의 생활신조에 입각한 안주하지 않는 삶의 자세로 한해를 시작할 것이다. 현란에게 실망주지 않기 위하여...

현란 이제 우리는 좀더 긴 시간동안 헤어짐이 될 것 같다.
삶이 외로움 일진데, 희망을 잃으면 생은 어둠이고, 소망을 잃으면 삶은 죽음이다. 희망과 소망을 잃지 말고서 이 기회를 서로의 성숙을 위하여 노력하며 하늘엔 별이있고 땅엔 꽃이 있듯이 우리들의 가슴속에 우정보다 짙은 사랑을 잉태하자.
서로에게 너무큰 기대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만남에서 만남의 의미를 찾으며, 있는 그대로의 대화와, 있는 그대로의 느낌으로 서로를 이해하자.

이 편지가 강릉에서의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다.
1월 3일 춘천에 들러 현란을 만난뒤 서울로 가고 싶다. 1월 2일 저녁이나 3일 아침에 집으로 전화하겠다.

차가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고 용의해인 무진년 새해에는 현란에게 많은 복이 내리길 빌며 이만 줄이겠읍니다.

강릉에서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