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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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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백발마녀 2000-05-01

...
'만나자..'
'..뭐라구..'
'만나자구..'
'..왜..'
'왜냐구?'
'..그래..왜..'
'..나참..보고싶으니까..'
'...'

재민과 수연은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다.
6년의 나이차를 가볍게 없앴다.


'상큼한 봄바람을 같이 받고 싶다..'
'...글쎄...'
'뭐야..싫은겨..'
'...그건..아닌데..'

수연은 남감하다.
그를 만나고싶은 생각은 있지만..
좀처럼 시간을 모을수가 없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오는시간이 2시경..
아..안돼..
...
수연은 차마 아이때문에 시간을 못낸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런 말 하기가 싫었다.
아이 이야기를 하는순간 내자신이 아줌마라는 것을 그가 깨닫게 될 것 같았다.
물론 내가 유부녀이고 자식이 있다는것을 그도 안다.
그러나 이런 대화에서 그말을 꺼내기가 싫다.


'뭐야..'
'..알았어..'
'언제..'
'..글쎄..그냥..영화나 같이 보자..'
'영화?...난..같이 바람쐬고 싶은데..'
'..난 영화가 보고싶어..'

수연은 아주 잠깐동안 궁리를 했다.
영화다.
그래..
사는곳에서 제일 가까운 곳을 택해 영화를 보면..
그것도 조조시간대를 이용하면 가볍게 점심먹고 ..
충분할것 같다.
여기까지 오는 수고는 당연히 그가 해야지..
그리고..
실제로 영화도 보고싶었다.
그동안 남편과 극장에 가본 적이 없다.
아이 낳고 부터..


'좋아...첨부텀..부담주면..안되쥐..근데..언제볼껴..'
'..음..좀..생각해보자..'
'생각은 무신..이번주 보자..'
'..아..안돼..이번주는..'
'그럼..'
'..내가 원하는 영화가 다음달경 개봉할것 같은데..그거 보자.'
'뭐..다음달..그럼..거의 한달 뒤인데..그냥 아무거나..보자.'
'..싫어..나..그거 보고싶어..'
'음..좋아..약속했다.'
'알았어..'


수연은 일단 시간을 벌어놨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한달동안 시간쪼갤 방법을 모색해볼 양이다.


" 너 미쳤니?"
" 왜.."
" 겔 왜 만나..암만해도 너..미쳤나부다..큰일이다..너."
" 머..어때..그냥..만나서 영화보려는건데.."

수연의 가장 친한 친구인 경아가 깜짝 놀란다.
수연이 챗팅을 한다는것은 알고있었지만..
설마 이정도 까지인줄은 몰랐다.
학창시절 활발했던 그녀의 활동영역을 잘 알기에 이번에도 그냥 좀 엉뚱한 짓 하나부다 했는데 실제로 수연이 남자를 만난다고 하자 이거 장난이 아니네 싶다.

" 안돼..만나지마.너"
" ..."

경아의 과잉반응에 수연은 말이 막혔다.
갑자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