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녀는 올해로 중3학년이다.
마지막 기말고사까지 치렀으니 이 겨울만 지나면 고등학생이 되겠다.
큰 키는 아닌데 비율이 좋아서 다리가 길고 예쁜 아이다.
손녀가 태어났을 때 이것 저것 참 많이도 사 날랐다.
첫 손녀라 우리 아이들 키울 때 하고는 또 다른 사랑이었다.
뒤집기도 못하는 아이를 눕혀 놓고 옷을 얼마나 사 날랐던지....
이불이며 장난감까지 철마다 바꿔주며 이뻐했다.
까르륵까르륵 잘 웃어주는 손녀가 보고싶어서 일을 하다가도
영상 통화를 해댔다.
그런 중 3인 손녀한테는 절대로 버리면 안되는 애착이불이 있다.
갓난애기 때 내가 사 준 순면으로 된 미키마우스 이불이다.
파스텔톤으로 된 은은한 색상이고 아사면이라 보드랍다.
얇은 이불인데 태어날 때 부터 사철 덮고 깔고 안고 자더니
지금까지 그 이불만큼은 못 버리게 한다.
세탁을 자주 하다보니 이제는 거의 다 너덜너덜한 수준이다.
그러거나말거나 그 이불만큼은 잠 자는 옆자리에 꼭 두고 잔단다.
볼에 부비기도 하고 코로 냄새를 맡기도 하고
딸이 아무리 버리자고 해도 언제나 아니란다.
언젠가 한번은 손녀 몰래 버리려고 쓰레기통에 담아뒀다가
도로 꺼내는 걸 보고는 다시는 안 버리겠다 약속을 했단다.
그 이불이 있어야 평온해진다니 큰 부피가 있는 물건도 아니고 그냥 두기로.
욕심도 없는 아이다.
늘 동생한테 좋은 것도 양보하고 새옷을 사주겠다고 백화점에 가자고 해도
둘째는 냉큼 따라나서서 신발도 옷도 득템을 많이 하는데 큰애는 시큰둥.
사다주면 입어주는 정도지 새옷을 사 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
이모가 하도 답답해서 사 주면 입고 없으면 있던 거 대충 입고 다닌다.
애착이불도 할머니가 새 걸로 이쁜거 사주마고 해도 싫단다.ㅎㅎㅎ
그냥 익숙한 거 편한 거에 평화를 느낀다는데야 할말이 없다.
공부도 꽤 잘 하는 아인데 그 또래의 여느 여학생들처럼
멋내기에 열중하거나 과소비도 없다.
노래도 곧잘 하는 아이가 좋아하고 즐거운 일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행복한 아이로 축복받는 아이로 지금처럼 밝게 자라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