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거의 다 되어가는데 내 폰이 운다.
화면을 들여다보니 막내아들이다.
"왠일이냐?"
"엄마. 딸도 하나 길러 봐야지요?"
아들만 둘을 둔 막내아들의 뜬금없는 제안이다.
"에미가 애길 가졌냐?"
"그런 거 같은데요.''
술을 한 잔 했는지 웃음이 넘쳐흐른다. 제 시어미를 닮았는지 자식 욕심이 대단하다.
"그래? 딸이 기르는 재미가 있기는 하지."
딸이나 아들이나 하나만 낳아 기른다더니 욕심이 생겨나 보다. 아들을 둘이나 두고도 딸을 낳아 기르고 싶다 했다. 그렇게 낳은 아들이 벌써 네 살인데 딸을 하나 더 낳고 싶다 했다. 딸을 낳고 싶다고 맘 먹은대로 딸을 낳게 되겠나? 그러나 운이 좋게도 며느리는 저를 닮은 예쁜 딸아이를 낳았다. 그래도 직장은 직장대로 휴가를 내 가면서도 기어코 이겨내고 있었다.
참 고마운 것은 아들이 매일 아기들 사진을 전송해 주는 것이다. 내가 데리고 기르는 것같이 착각을 하기도 한다. 아가는 보육원에 맡기고 저녁에 데려오는 모양이다. 어제는 손주딸이 걸음마를 하는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벌써 걸음마를 하다니.... 기저귀는 한 짐 차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음마에 재미를 붙인 모양이 어찌나 귀여운지. 저도 걸음마가 신기한가 보다. 자랑스러운 듯 발을 떼고는 제스스로 박수를 쳐 보인다.
"에미야~. 장하다. 용하다~." 박수~. ㅉ~. ㅉ~. 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