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막내딸아이의 50회 생일이다. 세상에나~.
세월이 어느새 이렇게 지나갔을까? 허긴. 말 하지 않으면 아마 서른 댓도 봐 줄 걸?
삐약삐약 병아리처럼 울어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반 백 년이 지났구먼.
오늘은 사위가 무슨 이벤트로 제댁을 흡족하게 해 주었을까?
7년 연상의 제댁을 어린아이 같이 귀여워하는 사위니,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을 거.
무자녀 상팔자를 외치며 에미 속을 타게 하더니, 그 방법이 과히 그릇된 건 아니더구먼.
시댁 어른들의 묵인도 아니, 묵인이 아니라 박수를 받으며 보란듯이 재미지게 살아주니,
차마 내 탓이로소이다 하기도 낯이 부끄럽구만.
이건 복이 차고도 넘쳐서 남편을 잘 만났다고만은 말하기도 민구스럽지 않은가.
하루에도 몇 번씩 폰을 받게 하더니, 오늘은 점심 때가 훌쩍 넘어서도록 소식이 감감.
그럴 리가 없는데 무슨 사단이 난 것일까?
혹시 듣지 못할라 싶어서 하루 종일 목소리를 키워 놓았더니, 폰이 저녁무렵이 다 되어서야 떠들어댄다.
"오늘 중간고사 평가하고 상담하고 정신 없는 날이었어요. 겨우 겨우 마무리하고 저녁에 모임 가서 기분 내고 마지막에 디저트파뤼 ㅎㅎ."
방방 뜨는 목소리와 함께 생일축하 행사하는 사진이 날아온다. 그럼 그렇지. 그냥 넘어갈 리가 있나.
"넘넘 정신 없이 바쁜 날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 받고 기분 좋은 날이었어요. 이쁜 막내딸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50년 전 저 낳느라고 고생하셨어요."
ㅎㅎㅎ. 그러게. 낳았을 때는 딸이여서 살짝 섭섭했는데.... 막내딸 낳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