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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2살 아이의 손 물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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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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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씀하시면 제 속도 안 좋아요


BY 만석 2025-03-30

참 이상도 하다.
일 년 전에 예약을 하고 폰을 여는 간간히 저장을 확인했었다. 그러나 정작 당장에 필요해서 확인을 하려는데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럴 수가. 이 작은 기기 안에서 제 녀석이 뛰어봐야 벼룩이지. 부지런히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도 못하고 다시 폰을 들여다보고 앉았다.

이럴 땐 아래층으로 'SOS'를 타진하는 것이 빠르지. 마침 휴일이라 아들이 집에 있으니 말이다.
녀석은 언제나 에미의 부름에 총알같이 날아오른다.
"나, 내일 가는 병원 예약을 해서 저장을 해 놨는데, 깜쪽 같이 사라졌다. 좀 찾아줘."

나는 식도암 수술 17년차다. 이제는 겁도 없이 매년 검진을 다니지만, 그래도 '혹시'하는 걱정을 해마다 버리지 못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아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에미 폰을 들었다.
"여기 있잖아요. 'S S병원예약 안내 문자'요."

참 참 참.
아침부터 장장 이 시각까지, 난 뭘 들여다보고 뭘 찾았을까.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이게 왜 그리 보이질 않았을까. 내일은 사위가 에스코트를 하기로 저희들끼리 약속이 된 모양이다. 지체 높은 부장님과의 동행은 나로서는 영광이다. 모두 바쁜 중에 사위가 통휴가를 냈으니......

황송하고 미안해서 딸에게 전화를 넣었다.
"그만 살아야 모두 편안할 테인데, 더 살고 싶어서 이렇게 구질하게 군다. 오빠 눈에는 얼른 보이는 게 왜 내 눈에는 보이질 않아서 한나절을 헤맸구나. 미안하고 부끄럽다 ㅜㅜ."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 속도 안 좋아요." 그렇구나....ㅜㅜㅜ.그렇게 말씀하시면 제 ..희안한 영감이다. 볼품도 없는 선인장을 날마다 들여다 보더니, 드디어 한 송이 꽃을 피웠다고 자랑을 한다. 풍성한 꽃도 얼마든지 있는데 말이지. 이럴 땐 영감도 어린아이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