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고(思考)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그냥저냥 이럭저럭 그럭저럭 그만 둘 것인지 좀 더 나아질 것인지를 나도 도통 모르겠다. 지금대로라면 겨우 바보 소리나 면할 것이고, 앞으로의 노력으로 좀 더 나아진다면..... 좀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지만 솔직히는 자신이 없다.
"두번 째 서라면 서러웠던 아~만석이의 옛날이여...."
옳은 답을 밝히고도 내 자신이 미덥지 않아서, 누구에겐가 확인을 하고서야 흡족해 하는 이 노릇을 어찌할꼬. 더 나아질 것인지 여기서 주저앉을 것인지를 가늠하지를 못하겠다.
딸아이가 손가락을 짚어가며 약달력에 넣어준 약이 믿업지 못해서, 손바닥에 쏟아놓고 아랫층에다 전화를 다시 해서 확인을 한다. 이제는 진이 날만도 한데, 내 며느님은 말없이 확인을 해 주고 제 딸아이한테 하듯이 격려로 박수를 주고 엄지척을 해 보인다.
"어머니. 이제는 믿고, 그냥 드셔도 되겠어요." 했지만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워낙 약의 종류가 많아서 나도 내가 자신이 서지 않는다. 아무리 불신시대라 하더라도 왕년의 만석이가 겁을 낼만한 일은 아닌데 말이지. 어서어서 서너 달 아니 두어 달만 지나면 나도 이젠 자신이 서지 않으려나?
오늘 저녁식사 후의 약봉지를 손바닥에 부어 놓고는 다시 더듬어 확인을 한다. 등 뒤에서 내려다보던 며느님이 계면쩍어하는 시어미에게 엄지척을 해보이며 말한다.
"잘 하시는 거예요. 한 번 더 확인을 하시고 실수를 하지 않으시는 게 옳은 방법이지요."
그렇단다. 그러니 내가 자네를 세 번째 내 새엄마로 명명해 주었지. 만석이의 새엄마 되는 일이 그리 만만하겠어? 나도 나지만 그녀도 대단하다. 이제쯤 짜증을 낸다한들, 아무리 고약한 만석이라도 봐 줄만 한데 말이지. 역시 내 며느님은 내 세 번째 엄마 자격이 다분해. 내가 그대를 많이 존경하네~
어느 해 여름밤, 라스베가스의 한 오락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