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반 근무 시간이었다.
오늘 판매할 재료들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간에 전화가 울렸다.
10분 뒤에 도착할 예정이니 김치찌개를 준비해 달라는 전화였다.
터미널 앞에 있는 식당이라 새벽손님이 많은 편이다.
전화벨이 울려서
"네, ㅇㅇ 식당입니다~"
평소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고 10분 뒤에 그 손님이 왔다.
들어서면서 대뜸
"전화받으시는 목소리가 얼마나 밝은지 기분이 다 좋아지던데요."
그러면서 내 간 김치찌개도 맛있게 다 들고 가셨다.
중학교 1학년 때 국어시간에 책 읽는 발음이 또박또박하다고
웅변을 한번 해 보겠냐는 선생님의 권유에 웅변을 했었다.
첫 대회에서도 큰 상을 받았고 웅변은 중학교 3년 동안 계속되었다.
월요일 아침 조회 시간에 자주 단상에 올라갔었고
그런 그 학생은 3학년 때 전교회장이 되었다.
공부를 엄청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선두 20% 성적은 늘 유지했었다.
다른 학생들보다 좀 나은게 있었다면 교우관계가 좋았던 것 같다.
선생님들하고도 사이가 좋았고 가끔씩 외부에서 상을 받아오면
조회시간에 단상에 한번씩 올라갔던게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학창시절은 늘 신나고 즐거웠다.
또래 친구들보다 덩치도 좀 큰 편이었고
생김생김도 중성적인 얼굴이라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약간 남성적인 매력이 있는 얼굴이다.
오빠들만 내리 일곱을 낳고 여덟째로 딸이라고 나를 낳았으니
순전히 남자스러운 분위기에 딱 중요한 부분만 여성성을 타고 났다고 보면 될 정도다.
목소리도 중저음의 무난한 톤으로 거슬리지 않는 편이다.
아무튼
새벽부터 칭찬을 듣고 일하니 하루 온 종일 고단한 줄 모르고 일을 했다.
그러던 차에 식사하던 손님 중에 반찬이 맛있다고 리필들을 하니
으쌰으쌰
꼭두새벽 별을 보며 나온 일이 하나도 고단하지 않더라는.....
보이지 않는 전화선 저편의 손님이지만
친절하게 받은 전화 한 통이 주는 칭찬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마칠 수 있었다.
지금 일하는 곳이 내 가게는 아니지만 몸 담고 있는 동안은 내 가게인 것 처럼
사장의 마인드로 친절은 기본이고 음식도 정성을 다 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내 양심의 소리에 죄책감이 없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