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미국의 남성 자위 금지 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98

참 편한 세상


BY 만석 2025-02-04

설 지낸지 오늘이 엿새째 되는 날이다.
설에 쓴 음식을 설거지하고 빈 그릇을 씻어 엎는데 전화가 왔다.
막내딸이다. 지금은 강의를 나갔을 시간인데 어일일인고.

"엄마, 반찬이 갔나본데 대문 밖에 두고 갔네요. 엄청 추운데
따시게 입고 나가세요. 지금 수업 중이라 끊을게요."
주문한 반찬이 온 모양이다. 이럴 땐 서둘러 들여오지 않으면 야옹이 좋은 일 만든다.
 
점점 일을 하고 싶지가 않다. 편하게 살고만 싶다. 그래도 아직은 먹는 일은 안 할 수가 없어서, 없는 재주지만 주방을 열심히 드나든다. 그러나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어서일까? 점점 제 맛이 나지를 않는다. 설 전에 아이들이 모인 데에서 투정을 했겠다?

"반찬을 하면 이젠 제맛이 안 나서 뭘 만들고 싶지도 않아. 늙은 손으로 주물르니 늙은 맛만 나나?"
"그러~엄. 나도 부엌일은 하고 싶지가 않은데, 엄마는 몇 십 년 째유. 당연히 하기 싫지요."
"나갔다 들어와서 밥 하는 거 정말 귀찮지."

이렇게 시작 된 주부일 벗어 넘기기가 어느새 한 달. 설에 장만한 반찬그릇을 비우며 오늘쯤 반찬이 오면 참 좋겠는데...'했더니, 반찬이 도착했다지?
반찬대금은 누가 내는 겨? 반찬이 내 집으로 왔으니 당연히 내가 지불해야지? 

참 좋은 세상이다. 내가 먹고 싶은 반찬을 고라서 먹고.
저녁에 수업이 끝났다며 막내딸아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반찬이 잘 도착했냐고 묻는다.
"반찬 대금은 어디로 보내지?"

"반찬대금은 지불했지요. 대금을 지불했으니까 반찬이 왔지요. 걍 잘 자시면 되네요
"네가 냈어?".
허허. 이것도 한 달이면 솔찮을 것인데. 왠지 땡잡았다고, 반가운 기분만이 들지 않는다. 어쩌나?

찌게나 국이 들어 있었어요^^참 편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