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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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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이네 큰딸


BY 만석 2024-09-13

일 년에 한 번의 친정방문이다.
마일리지를 써먹어야한다며 호주친구네로 날아가더니, 일주일을 지내고 돌아왔다.
추석을 같이 지내고 돌아가겠다 한다. 고마운 일이지.
보아도 또 보아도 어디로 나이를 먹었을고. 긴머리를 하고 있어서 아직 이 십대 같다.

그렇지 않아도 명절이라고 내 힘껏 치우고 닦고 정리를 했는데, 깔끔한 그녀의 직성엔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영감을 닮아서 워낙 말수가 적은 그녀는, 역시 말도 없이 팔을 걷어붙인다. 찬장구석부터 설거지통 아래까지 모두 꺼내놓고는, 세정제로 목욕을 시키고 말리고..... .
수월치않은 작업을 이어간다. 주방 바닥에 버릴 그릇이 작은 동산같이 쌓여있다.

나는 딸이 둘이다. 제일 위가 지금 작업중인 50 중반의 딸이다. 그녀는 내 집에 오면 구석구석을 뒤져가며 대청소를 한다. 요번 추석엔 건강이 시원찮은 아랫층의 큰며느님과 몸을 풀어 예쁜 손녀딸을 안긴 둘째며느리도 그렇고, 영감의 건강도 걱정스러워서 내 스스로 제사를 보이콧하기로 작심을 했다. 영감은 나와 큰딸이 제사를 맡아주어도 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추석에 다니러오는 막내딸이 태워주면 시부모님 모신 공원묘지나 다녀오려고 맘을 먹는데, 글쎄다. 코로나를 앓고 난 큰아들도 아직 기침을 심하게 해서, 산소에 가자 소리하기가 눈치스럽다. 아마 넓은 마음 품은 막내사위가 산소에 데려가지 않을까? 말도 꺼내지 못하고 뜻만 기대해 본다. 그래도 산소에라도 다녀와야 영감의 섭섭한 마음이 풀릴 터인데....  .큰딸한테 영감을 녹이라고 해 볼까?
                                                              ㅡ
큰딸이 엄마 살림살이 맘에 들지 않아서, 이렇게 부지런을 떱니다.
"이런 걸 뭐하러 쌓아 두세요. 버리고 빈자리를 만들어 놔야 다시 새 것이 생긴다구요. "
만석이네 큰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