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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큰딸 자랑 좀 할래요 (미안)


BY 만석 2023-10-19

영감이 제법 기력을 회복해 간다.
화장실 출입이 자유로워져서, 힘든 일의 반은 덜었는가 싶다.
'이만만해도 살겠구먼.' 혼자말을 뇌이고 있는데, 대문 벨이 울린다.
"택배요~.
택배? 나는 주문한 게 없는데.... 또 어느 녀석일까? 아들? 딸? 어느 아들? 아니, 어느 딸네미?

제법 묵직한 상자가 들어온다. 큰딸아이의 이름이 보인다. 집을 나설 때까지도 아무말도 없지 않았는가. 큰딸아이가 아직 공항에 도착도 못했을 터인데....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며 두어 시간 전에 나갔는데, 도통 계산이 서질 않는다. 참 좋은 세상이다. 상자를 개봉하려고 두리번거리는데 내 핸드폰이 울린다.
'택배 하나 갈 거예요. 지금은 버스 속. 공항에서 수속 마치고 전화할게요.' 라고 문자가 뜬다.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폰을 끊는다. 마트에 들러서 공항버스를 탔나보다.  말도 없었는데 말이야.

믹서커피, 바닐라사탕, 냉동만두, 갈빗살냉동동랑땡, 훈제오리고기, 뼈없는훈제양념닭살....
우리가 그 아이 있을 때 하드를 즐겨 먹기도 했더니, 하드를 골고루도 챙겼다. 그동안 그녀가 내 집에 기거하면서 마트에서 자주 배달을 시켰던 것들이다. 한 달은 먹고도 남을 만큼이다. 딸아이의 따스한 마음과 손길이 느껴져, 눈가가 촉촉해진다. 늘 말없이 정을 주는 그 아이의 심성이 보인다. 그동안은  식구가 적어서 냉장고가 너무 크다고 했더니, 오늘은 오히려 비좁다.

냉장고 정리를 끝내고, 큰딸아이 어릴 적 추억을 곱씹는데 핸드폰이 운다. 그새 출국 수속을 마친 모양이다. 허긴. 출국 수속을 마치면 탑승하기 전까지 여유롭기는 하지. 허나 차를 가진 동생들이 오늘따라 바빠서 배웅도 못 받고, 홀로 집을 나선 게 못내 섭섭하다.
"뭘 그리 많이 사 보냈니. 봉투도 두둑히 주고 갔으니 어련히 사다 먹으려구."
"내가 쉽게 또 오게 될 것 같지 않아서요. 고기도 좀 많이 사다 자시고 아빠도 하드도 잘 자시고 치킨도 잘 잡수시던데, 자주 좀 사다 드슈."

"그러구 화장실 곰팡이 제거하다가 다 못했어요. 아직 휴지 붙여 놓은 채로 있는 거, 내일 저녁에나 떼세요. 화장실용 낙스 세탁기 옆에 두 개 사다놨으니, 가끔 올케 좀 불러서 청소 좀 해 달라고 하세요." 화장실 벽에 군데군데 곰팡이가 나서, 큰 딸아이가 가고 나면 다음 달에나 제거작업을 하려했더니.....어쩐지 몇 일 동안 락스 냄새가 요동을 치기에 큰딸아이가 화장실 소독을 한 줄 알았더니, 대대적인 곰팡이 제거작업을 한 모양이다. 것도 사전엔 내 게 아무런 말도 없더니 말씀이야.

 "여우<그녀의 둘째 딸의 애칭>가 제 언니 닥터 따고나니, 저도 욕심이 생기나 봐요. 일 이년으로는 안 될 텐데, 걔가 닥터 패스하는 동안 저도 도전 할 일이 있어요. 그동안은 좀 편하게 살려고 했는데, 저도 욕심이 생기네요. 억울한 생각이 들어요. 좀 더 진척이 되면 전화 드릴게요." 그럴 게다. 그 어렵다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증까지 획득하고는 그냥 두 딸의 뒷바라지에 온 정신을 다 쏟아서, 나도 좀 아까운 생각을 했었다. 결국 아이들은 박사와 금융계의 큰 일꾼으로 성장을 했지만....

내친김에 딸아이의 자랑을  좀 더 해야겠다(미안).
내 큰딸아이는 미국 굴지의 <조지 워싱턴>대학교를  졸업했다. <콜롬비아>대학교도 동반 합격을 했으나, 워낙 넓은 미국이라, 교통 문제로 <조지 워싱턴>대학교를 택했다. 그녀는 아마 내가 놀랄만한 변신을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떤 일이든 마음만 먹으면 일을 내는 그녀니까. 더욱이 제 어미를 쏙 빼다 닮은 내 딸아이가 아닌가 ㅋㅋㅋ.(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