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 어쩌나!
남편이 퇴직을 앞두고 있다.
나이가 자그만치 67.
다른 남자들보다 5-6년은 더 직장생활을 한 샘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기반없이 돈벌어 먹느라 고생이 많았다.
특히 전공이 아닌 아주 쌩뚱맞은 전공으로 밥벌이를 시작했다.
공대졸업생이 회계업무 하면서 실력이 부족한걸 느꼈는지
새로운 전공 경영학이 필요하여 딸아이가 초등학교 다닐무렵에
다시 경영학과로 대학을 졸업하고 또다시 경영대학원 졸업하고 정말 열심히 살았다.
또한 살아온 팔자가 평탄하지 않아서 더 고생을 했다.
열심히 돈벌어서 병원에다가 왕창 갔다 준 팔자.
정말 고생했다
그런데 남편의 퇴직이 전혀 영광스럽지 않고 자꾸만 슬프다.
왜일까?
그사람이 우울증에 걸려야하는데 내가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우울할때 남편은 얼마나 우울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낙산사 홍련암에가서 일박 이일 기도를 했다.
무엇이 나를 슬프게 하는지 딱 꼬집어 알수도 없다.
그냥 이것 저것 그가 살아온 세월, 내가 살아온 세월이 한없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때 시어머니가 계셨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그나 저나 나는 시어머니 돌아가신지가 3년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는데 아직도 그정이 끊어
지지 않는다.
미움과 분노 설움과 원망, 그리고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어머니의 삶이 한스러워 자꾸만
눈물이 난다.
8월 20일이 어머니 3년되는 기일이다.
이제는 보내야지.
홍련암에서 기도를하고 돌아오면서 내스스로 가슴을 토닥 거렸다.
고생했어. 네 남편도 고생했지만 너도 정말 고생 많았다.
쉽지않은 팔자 돌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정말 다행이다 위로도 해보았다.
젊은 동생들 부부가 나란히 나란히 내 앞을 왔가 갔다하면 그것이 슬프다.
왜일까?
저도 남편이 있으면서 그것도 슬프니 이건 또 뭘까?
지랄이다 지랄도 병인 듯싶다.
아무래도 우울증인가 보다.
아차 알았다. 허무가 병인가 보다.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여보 퇴직하려하니 너무 허무하진 않나요,"
그는 두 손을 내 저었다.
"아니 아니 하나도 허무하지 않어 속션햐."
그는 정말 그럴까?
나는 그가 슬프다.
나이만 먹었지. 돈은 벌었지만 취미 하나 해놓은게 없다.
남들은 키타도 치고, 골프도 치고 붓글씨도 쓰는데 이남자는 해 놓은게 하나도 없다.
이 남자는 무얼하며 놀까?
고스톱,바둑 이런것도 취미가 될까?
예전에 우리 친정엄마가 그러셨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다고."그것이 이런말일까?
이런느낌인걸까?
무덤속에가서 엄마한테 물어볼수도 없고.
아이구....참
내가 심리 상담사인데도
정말 내 우울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
내일은 마곡사나 가볼까보다.
우울을 덜어내는 데는 기도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