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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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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전상서


BY 이루나 2022-04-22



어머니 기체후 일향망강 하시온지요? 근래 안부가 문여 하여 소녀 어머니께 안부를 여쭙나이다. 가내는 별고 없으시고 옥체는 무탈하시온지요? 시절이 하 수상하여 어머니께 저의 안부를 자주 전하지 못하는지라 송구한 마음 이를 길 없습니다. 인편에 연락드리오니 이 서신을 받으시고 이 사람에게 어머니의 근황을 소상히 적어주시면 감사히 전달받겠나이다.



이렇게 연락하면 될까? 아니면 손전화가 아닌 유선 전화로만 사용하여 걸고 받기만 하다가 그 방을 나서는 순간 연락이 안 되면 그것으로 그만인 예전으로 돌아가야 할까? 참으로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몇 달 전부터 멀쩡한 전화를 자꾸 안 된다고 탓을 하신다. 분명 사용 미숙인데 아무리 설명해도 안 된다. 어머니가 수시로 말하는 불만은 또 있었다. 당신 친구인 누구는 휴대전화 요금이 7.000원 밖에 안 나온다는데 어째서 나는 요금이 33.000원이나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여러 번 불만을 제기하신다.



어르신 통화요금 제도가 있긴 하지만 그 정도로 저렴하다는 말은 듣지 못했기에 ‘엄마가 뭘 잘못 아셨겠지’ 하니 화를 내며 내가 분명히 그렇게 들었다며 역정을 내셨다. 겸사겸사 휴대폰 가게에 들러 어머니의 폴더폰구매를 알아보며 요금문의를 하니 최근 3개월 통화요금을 조회하더니 어르신 요금제 해당이 안 되는 분이라 한다. 이유인즉 어르신 요금제는 매월 통화 시간 180분까지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어머니는 3개월 평균으로 보면 매월 390분을 사용하신단다. 외딴곳의 산밑 오두막에 사시는 어머니의 유일한 외부통로가 휴대전화기였던 것이었다.



휴대폰 가게의 여사장에게 웃으면서 ‘절대 통화량을 줄일 수는 없어요. 그녀의 사생활을 존중합니다.’ 하니 그녀도 웃으면서 암요 그게 유일한 낙인데 안 되지요.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말하니 말도 안 된다며 벌컥 화를 낸다. 하루에 13분가량인데 그럴 수도 있지요. 하니 내가 하루에 13분씩이나 통화를 한다고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며 발끈하셨다. 화만 내지 말고 통신사에 가서 내역을 떼어 봅시다. 그러면 거기에 누구랑 언제 통화를 했는지 다 나오니까 나에게 화를 낼 필요가 없지요. 해도 막무가내였다.



아들, 며느리에게도 여러 번 말했는지 며느리가 전에 사용하던 것과 같은 기종으로 사다 드렸단다. 그런데 아뿔사 단축번호 저장을 안 했단다. 1번 아들 2번 손자 이런 식으로 저장한 단축번호였다. 당신의 손발처럼 치다꺼리를 도맡아 시키는 나는 하물며 언니의 딸들보다 늦은 순위 9번이었다. 5남매 중 셋째딸인 나를 가장 많이 믿고 의지하여 일만 생기면 내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더니 말 따로 생각 따로였다. 그게 우연히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되었고 즉석에서 남편은 9번만큼만 딱 그만큼만 하라며 나를 긁었었다.



단축번호로 꾸욱 눌러 통화를 하던 어머니는 전화가 잘 못 됐다며 다시 화를 냈고 이틀째 전화를 받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전화가 안 된다며 연락이 오고 아들이 부랴부랴 올라가서 사용법을 다시 알려 드리고 왔다고 전했다. 그 후에도 전화를 받지 않거나 아니면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에게 하루 10번 이상씩 통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멀리 사는 큰 언니까지 어찌 된 거냐? 연락이 오고 이번엔 내가 나섰다. 찾아가니 나에게 말하길 누가 당신에게 전화했을 때 휴대폰만 열면 자동으로 통화가 연결되게 할 수 있냐 하기에 그건 어찌해서 해결했다. 다음으로 단축번호를 저장해야 하는데 일반 스마트폰과 달리 도대체 알 길이 없었다.



한참을 들여다보다 시간이 없어서 다음에 해드린다. 말하고 전화를 걸 때 어떻게 하라고 아들이 설명했냐? 물으니 휴대폰을 열고 터치한 후 손가락으로 슬슬 밀어 올리면 된다고 했는데 안 되더라며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한다. 아마도 우리가 사용하듯 폰을 밀어 올려 상대를 찾는 법을 가르쳐 준 것 같았다. 밀어 올리는 게 편하긴 한데 어머니는 활자가 밀려 올라가는 것이 보기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밀어 올리는 것이 활자를 확인하기 힘들면 다른 방법을 가르쳐 줄게요. 통화 버튼을 1초만 가볍게 눌러주면 화면에 뜨는 이름이 있지요. 하나하나 눌러가며 찾다가 푸른색으로 표시되는 이름을 확인하고 다시 통화 버튼을 누르라며 해 보라 하니 못하신다.



3번 4번 아무리 반복해도 자꾸 엉뚱한 곳을 누른다. 통화 버튼을 2초 이상 누르면 자동으로 마지막 통화 상대를 호출하게 되니 딱 1초만 누르라고 하는데도 손가락에 힘을 주고 꾸욱 눌러주니 나도 짜증이 확 밀려왔다. 화면은 작고 살짝만 건드려도 알아서 열 일하는 것이 휴대폰이다. 휴대전화를 안경도 안 쓰고 생눈으로 그걸 자꾸 아무 데나 건드리냐고 말하니 답답해서 안경을 못 쓰는데 어쩌냐 한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여기저기 건드려서 벨소리가 작아졌으니 못 받는 게 당연했다.



병원에 갈 시간이라 서둘러 나오면서 답답한 마음으로 차를 출발시키는 내 마음이 납덩이 같았다. 60대인 나도 안경을 안 쓰면 아무것도 못 한다. 심지어 팔순 노인이 어찌 그리 고집이 세고 답답한가? 불편하고 답답해도 써야 보인다면 쓰는 게 맞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지금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는다. 둘째 언니가 10여 차례 연속으로 전화를 받았다기에 어찌할까? 생각 중인데 오늘 당신이 먼저 전화했다. 도청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빨리 휴대폰을 보라 한다. 도청에 근무하는 아들이 걱정된 것이다. 도청에서 보내는 거라 상단에 ‘강원도청’이라 뜬 거겠지요. 말하니 그런가? 한다. 생눈으로는 나도 휴대폰 글씨를 못 보는데 그걸 봤다니 대단한 능력이시네요. 다시 보세요. 하니 그걸 언제 일일이 안경을 쓰고 보냐며 오히려 반문하신다.



노안으로 아침부터 잘 때까지 안경에 의지하는 내가 이상 한 건지 어머니가 정상인 건지 심히 헷갈린다. 귀가 안 들려서 대화를 못 하고 엉뚱하게 오해하여 억울한 말까지 하기 일쑤임에도 보청기를 거부하시고 보이지 않는 눈으로 안경조차 쓰지 않는다. 이가 없어 아무것도 못 먹는다. 하면서 치과 치료도 강하게 거부한다. 발전하는 신기술에 도움을 받으면서 나도 편하고 자식도 편하게 사는 방법을 터득하는 노인이 스스로 행복 지수를 높인다. 노인인구가 늘고 노인이 노인을 돌보아야 하는 초 고령 사회에서 20년 차이인 우리 모녀는 함께 늙어가는 노년이 되었다. 노년의 자립이란 경제적인 자립만이 중요한 건 아니다.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노인을 위한 경제복지는 많이 좋아졌다. 노령연금이라는 제도도 한몫한다. 그러나 산업화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노인들은 뒤 처질 수밖에 없다. 자식이 스마트 뱅킹으로 입금해주면 어머니는 창구를 이용해 찾는다. 카드를 쓰면 편하고 현금을 지녀야하는 불편도 없다며 설명하고 만들어 드려도 사용하지 않는다. 당신의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을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금전은 아무 때고, 어디서고 지원할 수 있지만 찾아가서 해결해야 하는 건 자식들의 상황과 타협해야만 가능하다. 자식과 모든 걸 함께하길 원하는 부모는 불행하다.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내는 자식과 모든 일에서 은퇴하고 시간이 남아도는 부모와의 부조화에서 양보는 부모의 몫이다. 20년 후의 나는 부디 행복한 노인이기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노인이기를 변화에 적응하여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사고하는 노인이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