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이 살던 아파트가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가 되어서 이사를 했다.
살던 아파트는 시골이지만 꽤 오래 전에 대형으로 지은 아파트였다.
전직 군수님으로부터 큰 건물을 지닌 건물주들까지 지역유지들이 살고있다.
지역 최초의 대형아파트는 역사를 지닌 낡은 아파트다.
작은 엘리베이트에 창호나 문 화장실등이 구형 중에 구형
평수가 넓다는 것 외에는 매력이 전혀 없는.....
집주인이 전세를 싸게 줘서 넓고 싼 맛에 47평에 살았다.
작은 평형대의 아파트 두 채를 터 놓은 듯 거실이며 주방이 넓었다.
중간에 집주인이 그 아파트를 팔고 싶은데 우리더러 살거냐고 물었다.
딸은 넓은 것 외에는 매력이 전혀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리모델링을 하면 어떠냐고 물어도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올거라며 노노노...
서울 경기지역에서 이 평형대 아파트라면 수십억을 했을건데 아깝지만 당사자가 싫다니 뭐.
그리하여 최신형아파트 34평형대로 전세를 얻었다.
이 지역에서는 제일 높고 신축이라 거실이며 주방 드레스룸 펜트리공간까지
동선이 아주 편하게 지어진 아파트라 아이들도 좋아했다.
13평이나 줄어 든 아파트로 이사가려니 줄이고 또 줄여야했다.
34평도 결코 작은 아파트는 아닌데 전에 집이 하도 넓다보니
이 방 저 방 구석구석 참 짐이 많이도 들어 있었다.
넓어서 표나지 않던 짐들이 막상 꺼내고 정리를 하다보니 엄청났다.
내가 아이들 사 준 장난감이며 인형들 이불 주방용품들이 나오고 또 나온다.
아이들이 인형을 하도 좋아해서 얼마나 사다 날랐던지 대형 종량제 봉투에
인형만 세 푸대나 나왔다.
안고 자고 베고 자고 옆에 나란히 줄 세워서 같이 자고...ㅎㅎㅎ
새 인형이 보인다 싶으면 사 주고 면으로 된 보들보들한 인형이 나오면 또 사다줬으니.
아이들은 인형을 정리하면서 참 많이 힘들어했다.
젖먹이 때부터 안고 잤던 낡은 면인형은 더더욱 힘들어했다.
이불도 마찬가지.
철따라 사다 준 크고 작은 이불이 아사면에 극세사에 인견까지 어휴....
이 할머니가 참 많이도 짐을 만들어줬구나.ㅋㅋㅋ
첫정이다보니 내가 좋으면 애들도 좋으려니 생각하면서 어지간히도 사다줬네.
이제는 그만 사 날라야겠다.
조리사로 20년을 넘게 일하다 보니 좋은 그릇 이쁜 그릇 편리한 그릇을 보면
그 그릇으로 애들 맛난 거 해 주라고 사다줬다.
이쁜 그릇에 음식을 담아주면 식욕도 땡길거라 여기며 아까운 줄 모르고 저질렀다.
그 그릇에 담긴 음식을 맛나게 먹을 아이들을 상상하면 행복했다.
수저도 호기심이 생길만한 여러가지들로 바꿔주고 상상력이나 호기심을 키우려 했다.
책은 또 얼마나 사다 날랐던지
딸이 이사를 하면서 엄마가 사 준 거 빼고 나면 짐이 거의 없을 것 같단다.ㅋㅋㅋ
이제는 나도 졸업해야겠다.
어린 감성에 좋은 공부가 되라고 아낌없이 퍼 부었다.
유치원을 다니면서부터 일찌감치 피아노레슨도 이 외할머니가 시켰더니
이제는 제법 어려운 곡도 다 외워서 곧잘 친다.
첫 피아노도 외할머니 주머니에서 나왔지 아마.
내가 못해보고 안 해 본 걸 다 해 주고 싶었다.
나중에 큰 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린 날의 감성이
잠재력에 지혜로운 영향을 끼치면 좋을 것 같아서다.
조기교육을 시킨답시고 바리바리 주머니 다 털려가며 어지간히도 사 날랐네.
10년이 넘도록 할머니 능력껏 어지간히 했으니 이젠 지 엄마가 하겠지.
미니멀라이프를 한답시고 많이 비우고 이사를 했다.
말리지 않았다.
나도 이제는 사 나르는 것도 졸업을 할거고 내 짐도 비우는 중이다.
정리하고 보관하는 것도 은근히 중노동인걸 최근에야 느끼는 중이다.
미니멀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납장 안에 안 들어가는 것들은 정리해서 버리기로.
정원용품이 자꾸 늘어나면서 다른 짐들이 늘어나니 그것도 고민일세...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