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가 남의 집 살이 하기가 수월치는 않았겠지.
처음엔 제법 체면을 차리더니 점점 곤조가 나온다.
술도 점점 느는가 했더니 이젠 제법 주정을 한다.
술이 안 들어가면 그리 순한 순둥이가 없다.
조용하고 목소리까지 나즈막하니, 들었는지 나갔는지 모를 지경이다.
제 정신일 때에는 절대로 남에게 손해를 뵈는 일이 없는 신사다.
이사를 가겠다 하니, 영감이 얼른 보증금을 빼 주라 한다.
옳다구나 하고 재빨리 이사를 시키고 방을 들여다 보니
홀아비 냄새가 여기저기서 베어 나온다.
화장실 청소는 언제 했는지 창문틀은 청소를 하기나 했었는지.
그동안은 사내만 사는 살림을 드려다 볼 수도 없었구먼.
제때 월세 잘 들여놓고 나한테 시비거는 일 없으니 그러려니 했었지.
장판을 벗겨내고 몇몇 일 보이러 틀어서 바닥을 말리고는
도배도 하고 장판도 하고 씽크대를 새로 바꿨더니
내가 그 동안 그만큼 챙겼나 싶지 않게 거금이 날아간다.
이런 저런 신경 쓰지 않고 내 식구만 살 때가 좋았구먼.
그래도 살림에 보태어 쓸 때에는 공돈 같아서 좋기는 하더라마는
그렇지. 남의 주머니에서 쩐 나오게 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