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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엔 주꾸미


BY 마가렛 2021-03-15

3월엔 주꾸미
아들과 데이트하려고 했던 계획은 계획으로 끝나고
홀로 숲속마을을 거닐었다.
산수유가 빨간 열매와 함께 어울리니 더 진하게 와닿는다.
노란색이 봄의 생기를 부비며 개나리꽃도 하나 발견하니 이젠 정말 봄이구나 싶다.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안마당에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봄꽃만큼이나 싱그러워 나의 눈이 자꾸 그리로 긴다. 남편이 꿈꾸는 주택생활인데 난 아직 주택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좀더 아파트 생활을 즐기고 싶다.

봄엔  주꾸미 가을엔 낙지라고 했듯이 생선가게 앞에서 주꾸미를
둘러보고 있으니 주인 아저씨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아는척을 하신다.
마트에서 보내준 문자를 받고보니 주꾸미가 먹고 싶어졌다.
작년엔 궁평항에 가서 싱싱한 주꾸미와 소라를 사와선 맘껏 먹었는데
코로나로 어디 간다는게  조심스럽다.
1키로에 2만5천원이면 좋은가격이라 1키로를 샀는데
아저씨는 특별히 더 덤으로 주신다며 특별히를 강조하시며 자기의 마음이란다.
영업을 잘하시는 분이시다.
주꾸미탕에 넣을 봄동과 미나리도 한 단 들었다.

오늘 메뉴는 아들이 좋아하는 수육과 주꾸미탕이다.
주말엔 두 끼밖에 안 먹는 아들을 위해 특히 저녁 메뉴는 
나름 신경을 쓴다. 그래서 주말이 오히려 더 피곤하다.
그래도 아들이 좋아하는 것인데 무얼 못해주랴...ㅎ

방금 만든 봄동겉절이와 수육을 함께 담으니 봄이 와서 앉은거 같다.
윤스테이에서 만든 수육과 봄동이 맛있어 보여 언제부턴가
따라해 보기로  마음 먹었는데 평소에는 묵은김치와 먹던 수육이 봄동 덕분에
정갈한 맛이다.

진한 육수에 적당한 크기의 무를 넣고 양파와 봄동을 듬뿍넣어 후르륵 끓으면 
미나리와 주꾸미를 넣는다. 
주꾸미 알이 터지면서 쌀밥이 많이 보였다. 참 신기한 주꾸미 알이다.
친정엄마표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니 담백하다.

저녁을 제대로 준비하다보니 힘이 들었다. 남들은 뚝딱할 일이 나에겐
너무 기진맥진이다. 그야말로 힘좋은 사람이 부럽다.ㅋ
특히 주꾸미손질에 시간이 많이 들고 노동력도 한몫 한다.

남편은 나의 노고를 칭찬하듯 봄동겉절이가 맛있다고 한마디 거드는데
아버님과 아들은 판박이 처럼 말없이 여느 때와 같이 식사를 한다.
매실액과 올리고당을 조금 넣으니 한층 입맛이 돋긴 하네.

저녁설거지는 자연스레 아들이 해주는데
오늘따라 설거지가 많단다.
식기세척기가 있어도 사용을 거의 안해서 처분했더니 아쉽긴 하다.
뽀드득 뽀드득  설거지를 깔끔하게 잘하는 아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푹 쉬어야 할 주말인데 엄마를 위해 설거지를 꼭 해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