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족욕기가 두 개나 버티고 있다. 하나만 있으면 족한데 말이다.
꼭 필요한 사람도 있을 터인데, 새 것이 아니라서 몇 일을 두고 망설였다. 아마 나도 5년은 애용을 한 것 같으니 새 것이라고는 못하겠다. 그러나 작동에는 아직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 무릎 관절 수술을 하고는 아직 뒤가 깨끗하지가 않아서 고생을 하시는 권사님이 생각난다.
권사님이 가져가면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역시 새 것이 아니라서 무척 조심스럽다. 가져만 가면 아주 잘 이용할 터인데 말이지.
우선 전화를 걸었다. 교회에서 같은 속이라, 우리는 가끔 안부전화를 주고 받는 사이다.
"권사님 뭐해요?"
"다리가 아파서 그냥 이렇게 누워 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운을 띄어 본다.
"내게 쓰던 족욕기가 있는데... "
"권사님이 가져가서 써보시면 어떨까?"
새 것이 아니라는 부연설명을 하고, 그래도 작동은 잘 된다는 대목도 힘을 주어 설명을 했다.
매일 다리가 아파서 쩔쩔매는, 권사님이 가져다가 써보라 하니 흔쾌히 가져가겠다 한다.
와서 보고 가져갈만 하면 가져가라고 언질을 주었다. 집이 멀지 않으니 금방 달려왔다.
설치법이며 작동법을 일러주고는, 영감과 합작으로 달달이 위에다 야무지게 끈으로 묶어 보냈다. 반색을 하며 가져가긴 했는데, 젊은 식구들에게 공연히 가져왔다는 핀찬이나 듣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이 태산이다. 끌고 가기나 잘 했나도 모르겠다.
내 생활이 옛날만 같으면 새 것을 하나 사서 줘도 좋을만큼 친분이 있는 권사님이다. 그러나 지금은 영감도 백수이고 나도 백수이니, 주머니 사정이 옛만같지 못하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주고도 걱정스러운 하루가 갔다. 전화를 하라는 소리도, 전화를 하겠다는 소리도 없었는데 전화만 기다려졌다.
다음날 아침에 전화가 왔다.
"내가 이걸 끌고 오는데, '좋은 거 가져가시네요.'하고 알아 보데요."
"저거 참 좋아요."마주치는 사람들이 그러더란다. 한껏 엎된 목소리로 작동법을 재차 물었다.
그 다음날 또 전화가 왔다.
"아이구. 뜨뜻하고 시원한 게 아주 좋아요~. 고마와요 권사님."
그리 고마울 것도 없지만, 누군가 그 사람이 달라하는 걸, 권사님께 드렸다고는 차마 말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