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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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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먹는 백수인 줄만 알았더니


BY 만석 2020-08-03

아침에 일어나니 영감이 울상이다.
왜 냐고 물으니 발을 삐끗했는데 몹씨 아프다 한다.
허리를 굽혀 들여다 보니 엄지발가락 위의 뼈가 부은 듯도 하다.

웬만해서는 아픈 채를 잘 하지 않는 위인인데 자꾸만 주저앉는다.
아침밥을 챙겨서 먹고 다시 들여다 보니, 말썽을 부릴 조짐이 보인다.
"한의원 가서 침이라도 맞아 봅시다."

"괜찮겠지, 뭐."
우씨가 아니랄까봐 황소고집쟁이 영감은 꿈쩍을 않는다.
영감은 학창시절부터, 교내에서도 알아주는 고집쟁이였다는 것을 풍문으로 들었다.

한 밤을 자고 나더니, 이젠 영감이 먼저 한의원엘 가자 한다.
침 맞고 부왕 뜨고 찜질을 받고 부은 기가 좀 가라앉았다.
귀가길이 먼 거리는 아니지만, 택시를 잡자 하니 펄쩍 뛴다.

집에 들어오니 드러누워 중병환자 행세를 한다.  
워낙 엄살은 하지 않는 양반이지만 움직임을 덜해야 할 듯.
이런 이런. 손수 잘 챙겨 마시던 커피 한 잔까지도 내 손으로 대령을 해야 한다.

청소기도 내가 돌려야 하고, 오늘따라 재활용품도 챙겨 내어 놓아야 하고.
당장 내일 아침부터 내가 아침밥도 챙겨야 할 판이다.
또 누렁이와 가을이 먹이도 주어야 하고, 녀석들의 배설물 처리도 내 몫이다.

아하~ㅇ. 할 일 없는 영감은 놀고 먹는 백수인 줄로만 알았더니, 우리 집의 큰일꾼이었네 .
영감.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소. 마누라가 힘들어서 따라 눕게 생겼구려.
이제 재미가 붙어서 '어이구. 아이고.' 엄살이나 부리며, 마누라를 부려먹고 싶지는 않으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