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엘 아녀 온 아들이 보라색 무를 두 개 내어놓는다. tv에서나 보던, 이름하여 콜라비라는 것이란다. 이 늙은 이는 촌스러워서 처음 접하는 것이다. 이리 저리 들여바봐도 참 묘하게 생겼다. 무엇을 해 먹을꼬. 인터넷을 열었다.
참 좋은 세상이 아닌가. 효능에서부터 레시피까지 한 눈에 일려준다. 몸이 단단하여 물김치를 담기로 했다. 무를 씹으려면 고생스러울 것 같아서, 시원한 국물이나 떠 먹자는 심사지.
다시마로 육수를 내고 고추가루를 우려서, 홍고추와 청고추로 모양을 냈으니, 여느 물김치 담그 듯하면 되겠다. 무를 갖다 준 성의를 보아 아랫층 몫도 나누어야지. 언제나 그러하듯 아랫층에 내려 보내는 건 신경이 더 쓰인다.
내가 먹는 건 간이 좀 세다 싶으면 물이라도 찔끔 섞을 터지만, 아랫층 건 간도 적당히 맞아야하고 특히 내외에게도 입에 맞아야 하겠고, 손녀딸을 위해서 특별한 맛이 있어 주어야 한다.
처음 시집 왔을 그 때가 생각이 난다. 도통 부엌 살림을 모르다가 부엌엘 들어섰으니 모든 게 자신이 없던 그 즈음, 누구라도 맛을 보고 언짢은 표정을 보일까 싶어서 얼마나 노심처사했던지.
지금도 콜라비물김치를 담그고는 그때처럼 맘이 편치 않다. 나이 팔순을 바라보며 물김치를 담그고는 이리 안달이 나다니. 만석이는 아직도 한참 모자라는 <마음어린 주부>로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