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무'라는데 제법 단맛이 나요.
달라 하지도 않는 깍두기를 푸짐하게 세 병에 담아서는,
아들 네 하나 딸 네 하나 나누어주고.
양념 무친김에 예쁜 녀석 하나 골라 채 밀어서 생채 했어요.
이가 부실한 나를 위한 무생채였지요.
채도 설근설근 밀어서 가늘게 하고,
워낙 고추가루를 많이 쓰는 스타일인데
발그레하게 물만 들이고 갖은 양념에 버무렸지요.
고무장갑 빼기 전에 집어서 한입에 털어넣으니,
와~. 이젠 만석이도 제법이네요.
어차피 나나 먹을 터이니 자일리틀 설탕을 좀 듬뿍 뿌려놓으니,
달콤 새콤 반지르르한 게 그 맛이 제법이라요.
배가 고팠는지 영감이 라면을 삶아 저녁으로 해결하길래.
나도 무생채 하나 얹어놓고 저녁을 때웠네요.
생채나물을 밥보다 더 많이 퍼먹었나 봐요.
어서 내일 아침이 와서 다시 무생채를 얹어서 밥 먹고 싶어요.
요새 내 뱃속에 거지가 들어앉았나 봐요.
먹어도 먹어도 또 금방 시장하고.
저녁엔 소식을 하라길래 주걱으로 밥을 꾹꾹 눌러 담고는,
"자, 이만하면 반 공기 맞쟈?!"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