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수룩한 수염을 늘 못 마땅해 했다.
하루만 면도를 하지 않으면 게으른 티가 역력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슴뼈 골절로 한 달여를 입원을 한 동안
영감은 면도를 하지 않은 채 병원 출입을 했다.
성화를 부려 보지만 못 들은 채였다.
퇴원을 한 뒤에도 그 수염은 깎을 채를 않았다.
"와~! 아빠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닌데요."
막내 딸과 막내 아들의 호의가 너무 지나쳤을까.
그렇게 영감은 머리와 턱수염을 기르고 산사람을 닮아 갔다.
그만큼 기르기도 쉽지 않은 작심이었다.
어느 날. 한 나절 보이지 않더니 이발관을 다녀온 듯
"나 좀 바라봐 달라"는 듯 현관에 서서 빙긋.
잘 다듬어진 헤어스타일과 어울리게 손질을 한 턱수염.
그림이 그런대로 괜찮다. 어디서 많이 보아온 듯한 낮익은 얼굴.
아하~! 숀코네리를 닮아 있다.
그만큼 기르기가 어렵지 이젠 손질만 잘하면 봐 줄만하겠다.
"어머나. 아저씨가 멋져지셨어요." 지금 멋져진 것 맞나?
누렁이가 영감을 한참을 올려다 보고서야 꼬리를 친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