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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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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BY 그대향기 2020-02-21


아이고 아이고...
신음소리가 절로 새어나온다.
집이 대충 마무리되어져서 마당에 연못이며 장독대를 정리했다.
하천공사하는 포크레인이 왔을 때 큰 바가지로 마당 가 흙을 서너번 파 냈다.
거기에다가 천막지를 깔고 굵은 자연석으로 석축처럼 테두리를 놓았다.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남편하고 둘이서 낑낑대며 돌을 날랐다.

수도를 연결하는 일이며 배선연결은 남편이 직접했다.
어지간한 설비는 어슬프게나마 할 줄 아는 남편인지라.
항아리들은 친정엄마유품부터 백년이 넘는 항아리까지 100여개.
어른 가슴께까지 올라오는 큰 항아리들이 자갈을 깐 마당 가에 줄지어 있으니
시시한 조경보다 훨씬 근사하다.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큰 항아리는 꼭 내가 가져가라고 하셨다.
그 항아리는 내가 중학생때 엄마가 외동딸인 내가 시집 갈 때
원앙금침을 만들어 주실거라며 목화솜을 차곡차곡 사 모으셨던 항아리다.
그 때는 시집 갈 나이가 아직아직 멀었는데 무슨 그런 게 어디있냐고 웃었다.
그래도 엄마는 넉넉지 않았던 형편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여유만 생겨도
목화솜을 조금씩 그 큰 항아리에 차곡차곡 사 모으셨다.

정말로 내가 결혼할 때 그 솜으로 원앙금침을 만들어 주셨다.
위로 오빠만 넷인 집에 막내로 딸이 태어나서 참 좋았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직장에서 하루 종일 막걸리파티도 하셨다니 참...
귀한 외동딸인것만은 사실인데 내 학창시절은 그리 편하진 않았다.
지난 일이니까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그 때는 어린 마음에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어느 정도 집이 다 정리가 된 다음
몇달이 지나 엄마를 모셨던 오빠한테 그 항아리는 내가 가져갈거라 했더니 그러라고 했다.
엄마의 다른 짐들은 모셨던 올케가 정리하라고 맡기고 일절 간섭을 안했다.
하나 있는 시누이가 시시콜콜 묻고 간섭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 항아리는 엄마의 마지막 선물이다 생각하고  내가 가질거라고 했다.

오늘 그 항아리며 내가 그 동안 모았던 골동품의 가치가 있는
백년이 넘는 커다란 항아리들을 마당에 진열을 했다.
집공사한다고 이구석 저구석에 옮겨 다니느라 깨지지는 않았는지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다들 온전하다.
마당 바깥쪽에 자연석으로 가장자리를 두르고 자갈을 깔았다.
비가 오면 흙이 튈까 봐 청석이라는 돌을 굵게 부순 자갈을 깐 다음 항아리들을 올렸다.

거의 빈 항아리들이다.
된장을 담그지도 않았고 간장도 안 들어 있다.
천일염만 간수를 뺀다고 항아리 밑에 아주 작은 구멍을 뚫고 담아뒀을 뿐
항아리들은 그냥 내가  보기 좋아서 하나 둘 사 모은 것들이다.
둥그스럼하고 팡파짐하기도 하고 쭉 빠진 항아리들이 그저 바라만 봐도 좋다.

100여개를 다 내다 놓고 물호스를 끌고 다니면서 씻었더니 아이고 허리야...
키가 작은 항아리들이 아니다보니 하나 씻는데도 꽤 힘든데 100개를 그리했으니
누가 시켜서 했더라면 욕 나올뻔 했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이 무슨 일을 이렇게 무식하게 했냔다.
쉬엄쉬엄 조금씩하지 무리하게 많이 했다고 야단이다.

그래도 어쩌랴~
다 꺼내놓고 제자리 잡아주고 닦아놓으니 이리도 광이 나는 걸.
빈 항아리거나말거나 바라만봐도 부자가 된 기분이다.
마치 전통장담그는 명인의 장독대같다.ㅎㅎㅎ
벌써 야생화들도 좀 올려놓고 노지월동이 되는 다육이들을 올려놓으니
봄이 성큼 다가 온 느낌이다.

러시아에서 딸이 가져다 준 야생화씨앗과 막내오빠가 받아준 야생화씨앗들은
하천 둑에 심지도 않고 그냥 훌~훌~뿌려 놨다.
어차피 야생화들은 저 홀로 떨어져서 피고지는 꽃들이니.
보라색과 흰색 매발톱
형형색색의 코스모스 접시꽃 과꽃 채송화 분꽃 백일홍 패랭이 한련화 설악초...

얼마나 발아를 할지도 모른다.
그냥 여기저기 눈길 닿는데는 다 흩뿌려놨다.
봄이되면 친구들이  꽃모종들을 보내주마고 했으니 기대가 된다.
틀에 박힌 정원꾸미기보다는 내 방식데로 내 스타일로.ㅋㅋ
뭐든 손이 덜 가고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률이 좋은  꽃을 심을 작정이다.

그나저나 코로나19확진자가 바로 이웃 지역에까지 왔다니
불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내일 남지장인데 장에 갈 준비를 못하고 있다.
거기에 오는 장꾼들이 대구사람들이 많아서다.
대구에서 확진자가 대거 나오고 있어서 직장이 대구인 아들도 걱정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는거라 더 무섭고 공포스럽다.
최대한 외출을 삼가하고 외부인과의 접촉을 조심할 밖에는.
택배도 안 오는 지역도 있다니 어찌해야할지...
하루속히 이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간절히 바래본다.
우리나라에서는 희생자가 더는 안 나오게 좋은 치료약도 많이 보급되기를.

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사람 목숨을 담보로 돈 벌이하는
마스크나 손세정제 상인들 제발 그러지 좀 말아주세요.
원래가격으로 팔아도 남는 장사였잖아요.
조금 더 올려 받는거는 이해가 된다지만 몇배씩이나 올린다는건 좀 그렇잖아요?
어려울 때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다 같이 건강하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