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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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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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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탔어요


BY 만석 2020-02-05

(2월 5일 (금일) 여성시대 방송 탔어요.
집에만 있으니 심심해서, 2월 4일(어제) 보냈는데 금방 채택이 됐어요. 축하해 주세요.)

참 살만한 세상이야

 
아들이 과음을 했나 보다. 퇴근을 하면 우리가 기거하는 2층을 반드시 먼저 거치는데, 오늘은 소리도 없이 3층으로 직진을 한 것으로 보아 알아 볼 징조다. 복식 구조라서 묻지 않아도 알만은 하다. 그렇더라도 50이 불원한 아들을 나무랄 맘은 추호도 없다.
 
다음 날 아침. 윗층이 소란스럽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지갑이 없어졌다네요.” 며느리가 잔뜩 골이 난 듯, 침대의 이불을 휘저으며 말한다. 아들은 가방에 손을 넣은 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양복바지 주머니를 더듬으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아들은 좀처럼 허둥대지 않는 사람인데, 이 아침엔 별스럽게 허둥거린다.
, 어제 택시 타고 들어왔지? 그럼 차에서 빠졌을까? 아니지. 어제도 길부장 차 타고 갔는데. 술 자리에 가니까 내 차는 회사 주차장에 두고 나왔는데.”말에 순서도 없이 횡설수설이다.
 
비 맞은 중이라더니, 지금 내 아들의 꼴이 그렇다. 빗질을 하지 않아서 머리는 범벅이고.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비 맞은 중보다도 꼴이 말이 아니다. 워낙 침착한 사람이라서, 제 동생들은 내 큰아들을 냉혈한이라 부른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제 정신이 아니다.
 
카드 정지 먼저 시켜요.”며느리의 뾰족한 말투가 내 가슴에 먼저 박힌다. 온 식구가 아침밥상을 멀리한 채 말뚝처럼 서 있다. 어디에다 전화를 하는지 이곳저곳에 바삐 통화를 하고, 길부장에게도 제 지갑의 행방을 물으며 부산을 떤다.
 
큰일 난 게야?”
아니 괜찮아요. 다 정지 시켰으니까 별일 없을 거예요.”제 어미를 안심 시키느라 말은 그리했어도, 아들은 다시 가방 속에 손을 넣어서 휘젓고, 코트의 속주머니를 뒤지느라고 바쁘다.
 
어제 망년회에서 술을 마실 게 뻔해서, 차는 회사의 주차장에 세워놓고 동료의 차로 움직였다 한다. 그래서 잘하면 지갑이 제 차 속에 떨어져 있을 수도 있고, 회사의 책상 서랍에 고이 있을 수도 있다고 나를 안심시켰으나 미덥지가 않다.
 
자꾸 물어보기도 그렇고 내게는 걱정을 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당사자는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카드며 주민등록증이며 운전면허증에 현찰은 없었겠는가.
카드 쓰니까 현찰은 얼마 없었어요. 현찰은 챙기고 다른 거나 좀 찾았으면 좋겠는데.”
 
술 마시고 실수를 한 것 같아서 제 댁한테도 한 소리 듣는 것 같던데, 나까지 걱정을 보탤 수가 없어서 눈치만 살피며 며칠이 지나갔다. 많던 적던 현찰이 들어 있는데, 누군가가 작정을 하고 챙겼다면 곱게 보내 주겠는가 말이지.
 
그렇게 댓새가 지난 12. 대문 벨이 요란스럽게 운다.
누구요.”
할머니. 택배기산데요. 윗층에 아무도 없나 봐요. 문을 안 열어 주네요. 대답도 없고요.” 내다보니 안면이 있는 총각이다. 아들네 오는 택배를 내가 몇 번 받아서 건네준 일이 있었지.
착불로 왔어요. 4500원이예요.”
 
아래층까지 내려가기가 힘들어서,
미안하지만 좀 올라오소.”하니, 잘 생긴 청년은 기분도 좋게 시원시원하게 올라와서 인사를 한다. 그리고 내 손에 누런 봉투를 하나 쥐어준다.
 
이게 뭐요.”
지갑인가 봐요. 할머니. 새해 첫날 지갑이 들어오니 부자 되시겠어요.”하며 익살을 떤다.
? 지갑?” 부자가 되겠다는 소리보다 지갑이라는 소리가 더 반갑다.
 
봉투를 쓰다듬어보니 과연 지갑 같다. 급한 마음에 쉬운 대로 북 찢어서 살핀다. 과연 아들의 지갑임에 틀림이 없다. 풀이 죽어서 제 댁에게 고개를 들지 못하던 아들의 얼굴이 그려진다. 사무실 사정을 알지 못하니 문자를 보낸다. 너무 반가우니 내 손도 제 구실을 못한다.
 
-전화 좀.-
금방 전화가 온다.
~. 네 지갑이 택배로 왔어야~.”
 
? 지갑이요?”
주민등록증 운전먼허증. 단증. 어머나. 만 원짜리 현찰도 그냥 들어있네.”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아들의 얼굴이 보인다. 껄껄껄 호탕하게 웃으며 좋아한다.
 
봉투에 주소 좀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세요. 고맙다고 전화라도 해야지요.”
-은평경찰서-에서 보내온 택배였다. 아들은 그 길로 바로 전화를 하고 고마움을 표했다 한다. 택시기사가 은평경찰서에 맡기고, 그래서 경찰서에서 주소를 찾아 보내 준 것이라 한다.
 
은평경찰서에는 고마운 마음을 전했지만, 택시기사 아저씨께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지 못해서 아쉽다. 나의 이 편지가 방송에 채택이 되어, 기사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글을 쓴다. “은평경찰서에 지갑 맡기신 택시기사님~.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
 
우리 대한민국은 이런 양반들이 있어서 살만한 세상이지요? 2020년 새해에는 이런 고마운 분들이 더욱 많아져서, 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은평경찰서 아저씨들도 새해에는 더 큰 복 받으시고 모두 건강하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