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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BY 그대향기 2019-09-09




참 여러 날이 지났다.
아니  여러 달이 흘렀다.
숨이 멎을 것만 같았던 힘든 날들도 있었지만
태풍이  지나가듯 또 그렇게 시간 속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참고 견디다보니 평화로운 날도 오는 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벽에 걸린 디지털시계의 빨간 불빛이 낯설게 느껴진다.
365일 늘 그 자리 그 밝기로 시각을 밝히는데 아침마다 낯설다.
눈 뜨는 시간이 달라서 그런가?
오늘은 며칠 무슨 요일에 어느 장인지?
학교가는 애들이 없으니 요일감각도 점점 무뎌진다.

큰 수술을 두 곳이나 한 남편은  차차 몸이 회복되어가고 있다.
고통스런 시간들을 긍정의 힘을 빌려 이겨나가려 노력하는 모습이 짠하지만
더 깊이 더 발전되지 않음에 무한 감사를 느낄 뿐이다.
더 늦기 전에 더 힘들기 전에 발견된 것만해도 고맙다.
여러 번 힘든 수술을 한 탓인지 남편의 시력이 급속히 나빠진 것 같다.

왜 안 그러겠냐싶다.
전신마취를 도대체 몇번이나 했고 부분마취는 또 몇번인지....
불사조
남편은  그야말로 불사조처럼 죽지않았다.
다시 살아났고 또 내 곁에 있다.

초등학생 때 부산 영도 바닷가 절벽에서 다이빙 하다 두개골 파열
엄청난 출혈에도 불구하고 당시 아버지는 야단과 함께 된장만 발라서 상처 치유
중학생 때 아버지 공장에서 일 도우다가 기계벨트에 팔 끼어서 50여 바늘 꿰맴
군대 막사 지붕에서 떨어져 전신마비( 오랜 재활 후 회복은 되었지만 몸 반쪽만 땀이나는 특이체질로 변함)
결혼 후 30대 초반 1차 갑상선 암 수술(수술 후 6개월 동안 목소리 실종)
갑상선 암 재발 2차 수술
기흉 2번
까치독사에 물려 사경 헤매다 회복
고압선 감전사고
핸드그라인더 손가락 3개 절단 봉합수술
다리십자인대파열 수술
.
.
.
.

그리고  또 위암과 대장암 수술.
무서운 생명력을 선물받은 남편이다.
그래도 이제는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
체력도 그전만 못하다.
회복력도.

좀 아파도 좋으니 오래만 살아달라고 부탁했다.
소리내어 웃어주는 남편이 고맙다.
그 웃음이 울고싶을만큼 가슴이 아프다.
요즘 부쩍  나더러 건강 잘 챙기라며 자주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하란다.
보이지 않는 몸 안의 상태를  수시로 정밀하게 체크하라며 다그친다.

며칠 전 내 혈액검사 해 둔 결과지를 받았다.
다른 건 다  정상 기준치 아래에 있는데 당화혈색소라는 당뇨기준치가 좀 걱정스럽단다.
아직 당뇨약을 먹을 단계는 아닌데  조심을 해야하는 그런 수치라니...
그도 그럴것이  친정엄마와  둘째오빠가 당뇨환자니 유전적인 요인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나름 전부터 조심을 했고 음식조절도 잘 하는편인데도 어쩔수 없는 결과에 좀 우울하다.

담당의사가 하는 말이 젊어서부터 조심을 안했더라면 훨씬 전부터 당뇨가 왔을거란다.
정말이지 나까지 아프면 애들한테 너무 큰 짐이될까봐 걱정되고
남편 뒷수발을 못하게 될까봐 두렵기도 하다.
늘 기분 좋은 듯이 허허거리며 살아도 가슴 한쪽이 시리다.
남의 속을 모르는 이들은 피부미인이단둥 동안이단둥 좋은 말을 하지만 좋은 듯 서글픈 듯.

타고난  낙천성으로 이 인생시험대들을 잘 견뎌내고 싶다.
더는 남편의 몸에 칼을 대는 일이 없기를
생명이 다 하는 그날까지 다시는 전신마취 같은  반죽음 상태로 수술대 위에 올라가는 일이 없기를
다시는 절대로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몽롱한 그 전신마취의 순간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살아서 눈을 뜨게 될지
마취에서 못 깨어나게될까 봐 얼마나 무섭고 두려울까
그 죽음과도 같은 순간이 다시는 없기를 .
그러나 아....인공항문복원 수술이 남아있었네.
전신마취는 또 남아있었네.


그래도 희망을 가져본다.
복원수술을 하고 짧게는 6개월 길게는 몇년씩의 회복 기간이 필요지만
장루(인공항문)를 하고 자존감까지 바닥을 치는 생활은 안녕~
이루 말로는 다 표현이 안되는 안스러움과  지독한 자괴감은 탈출이 될까?
회복기간중에도 혼자 감당해야하는 숱한 고통은 당하지 않으면 이해가 어려운 지경이다.


그래도  남편 화이팅~
개복수술 후 도저히 손 쓸 수 없어서 닫은 환자가 아니어서 고맙고
힘들텐데도 웃으면서 잘 견뎌줘서 고마워.
이 위기만 잘 넘어가면 다 잘 될거야.
우리 둘 건강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행복하고 또 행복하자.
사랑한단 말 아끼지말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