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리리~! 삐리리~!"
대문 벨이 요란하게 웁니다.
대문의 폰카메라에 헬멧을 쓴 청년이 얼굴을 들이밉니다.
"누구세요?"
"여기가 1층 벨 맞아요?" 내가 대답을 할 사이도 없이, 아랫층에서 아들이 나즈막하게 대답을 합니다.
"이쪽이예요."
"미안합니다. 여기가 1층벨인 줄 알고요. 죄송합니다."
카메라로 스쳐가는 모습을 보아하니 피자집 배달원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휴일이기도 하고 비도 내리니, 아들 네가 점심으로 피자를 배달 시킨 모양입니다.
"따리리리 리리리리라~."
아직 열어진 대문을 점검하기도 전인데 내 폰이 웁니다.
열어 보니 막내 딸아이입니다.
"엄마. 피자 잡수실래요?"
"???...."
이상도 합니다. 피자는 1층으로 배달이 되었는데, 딸아이한테서 전화가 오다니요.
"피자가 땡겨서 한 판 배달 시켰어요. 엄마도 하나 시킬까요?"
휴일이니 늦잠을 잤을 것이고, 밥은 하기 싫어서 피자를 시켰나 봅니다.
ㅎㅎㅎ.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다.'는 형상이지요.
"지금 막 점심 먹었어."
영감의 점심을 챙기며 혼자서 자꾸만 웃습니다.
참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으니까요 ㅎㅎㅎ.
그러나 영감에게도 말을 하지 못합니다.
물론 아들에게도 딸아이에게도, 이 재미진 이야기를 전하지 못합니다.
누구는 심통을 부릴 것이고, 누구는 몹씨 무안해 할 테고, 그 누군가는 서운해 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