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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을 잘 것 같은 밤


BY 만석 2019-07-28

"저녁 먹으러 가도 되지요?"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밥도 하지 마세요. 밥도 다 가지고 갈게요."

아이는 에미를 끔찍하게도 생각합니다.
더운 날씨에 불 앞에서 일할 어미를 걱정해서,
늘 먹을거리를 한 보따리씩 싸들고 옵니다.

막내 딸 내외는 아무리 봐도 참 잘 맞는 한 쌍입니다.
결혼 5년차지만 서로 눈 한번 흘기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안돼요!"라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보지를 못했습니다.

딸아이가 사위보다 일곱살이 많은 연상이지만,
사위의 위풍이 워낙 당당하고 딸아이의  외모가 귀염성이 있어서
말하기 전에는 전혀 아무도 그리 알아보지를 않습니다.

내 그리 하라 이른 적도 없었지만, 그들은 서로 존대말을 씁니다.
살 섞어 사는 부부가 다툴 이유가 뭐냐고 오히려 나에게 반문을 합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을 수도 있는 것이고 없다가도 생기는 것이니, 다툴 거리가 못된다고도 합니다.

때때로 나는 이 아이들을 보며, 나는 헛 살았구나 자책을 하기도 합니다.
내일의 출근이 걱정이 되어 설거지를 하지 못하고 자리를 뜨면서 돌아보고 또 돌아봅니다.
오늘은 딸아이 내외의 방문으로 만보걷기를 못했지만, 그래도 꿀잠을 잘 것만 같은 기분좋은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