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밖에서 웅성웅성 떠드는 소리가 났다. 나는 아직 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현관의 키번호를 누르면서, 아직 문은 열리지 않았는데 영감이 그 답지않게 큰소리로 외쳤다.
"여보. 여보!"분명히 평소의 영감 답지 않은 다급한 목소리였다.
나는 아직 잠옷 차림이라서, 방문을 열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다. 영감의 목소리가 더욱 다급해졌다.
"여보~! 문 열어."
나는 하마트면 전동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하지를 않았는가.
부시시한 몰골로 방문을 여니, 영감의 등 뒤에는 남녀구급기동대원이 붙어선 채 고개를 내밀고 서 있었다.
"별 일 없는데요." 반가움에 찬 영감의 숨소리가 내 가슴에도 느껴졌다.
"뭔데요. 왜 그래요?" 기동대원들은 내 물음은 아랑곳도 없이, 잽싸게 방안을 구석구석 살폈다.
"다른 방도 열어주세요." 어~라. 이건 수색차원의 어조였다. 열어진 안방을 고개를 넣어 살피고는 영감이 가리키는 이층으로 빠른걸음을 옮겨 오른다. 범인을 잡으러 온 경찰의 행동이 이렇지 않겠는가.
"왜그래요."
"누가 신고를 했다네. 우리 집 주소로."
"무슨 신고요?" 묻는 사이에 이층에 올랐던 대원이 내려온다. 옥상을 이잡듯 살핀 모양이었다.
"젊은 여자가 위급하다고 신고를 했어요. 이댁 주소가 맞는데요."
젊은 여자? 그럼...우리 집의 젊은 여자? 유일하게 내 며느님이질 않는가. 다급히 영감을 부른다.
"여보. 에미. 에미한테 내려가 봐요." 영감에게 내 며느님 안부를 물으니 대원이 답을 가로챈다.
"아래층에 누가 살아요. 거기 젊은 여자 있어요?"
"우리 아들 네가 사는데 며느리는 방금 아이 등교 시키러 나갔어요. 내가 방금 만났어요" 아침운동을 나갔던 영감이 대문에 도착하니 기동대원들이 대문벨을 누르고 섰고, 며느님과 손녀는 등교를 하더란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 쉬었으나, 그래도 본인 눈으로 확인을 해야한단다. 대문이 잠겼으니 가보나 마나지만 그게 절차란다.
노년에 용돈이나 좀 보태 쓰려고 아래층에 두 세대 세를 주었더니 사단이 난 게야? 거기도 확인을 하자고 영감을 앞 세웠다. 이쪽의 오씨는 대문이며 현관문을 연 채로 가까이에 외출을 한 모양이었다. 저쪽의 배씨는 아마 출근을 했을 것이라 해도 기여코 확인을 해야 한다지만, 그러나 대문이 굳게 잠겨 있으니 그냥 돌아설 수 밖에.
다시 한 번 더 네 군데의 대문을 뺑뺑 돌며 확인을 하고는, 난감한 듯이 허리에 손을 얹고 본부에 통화를 하는가 보다. 나는 식탁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놀란 가슴을 쓰러내리는데 영감이 들어섰다.
"어찌 된 일이래요?"
"앞의 빌라에 새로 이사 온 여자가 번지수를 잘 못 알려줬다나 봐. 에~이. 놀랐네."
"왜? 내게 무슨 일이 있나 했수?" 방문을 열라고 소리지르던 영감 생각이 나서 웃으며 물으니, 영감도 씩~웃으며 말없이 돌아섰다. 아직 마누라가 필요하긴 한가 보다.
이른 아침의 헤프닝은 이렇게 끝이 났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