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집에 올 수 있니?"
정겨운 엄마의 목소리가 밤새 잘잤냐며 인사하는 종달새 소리처럼 들린다.
어제 엄마가 잘가시는 마트에서 마늘을 사서 까고 계신다며
오늘 와서 갖고 가란다.
이젠 마늘도 아이들 눈치보며 깐다고 살짝 투덜대는 엄마께
"마늘은 제가 사서 까도 되는데. 뭘 그리 힘들게 까세요?"
"마늘이 좋고 싸길래 얼른 사왔다. 아이들은 힘들게 마늘 깐다고, 마늘냄새가 옷에 밴다고
뭐라고 하니 아이들 출근하고 이제 몰래 까고 있다.
얼른 까고 환기를 시키면 되겠지."
엄마의 그림이 저절로 그려진다.
거실에서 큰 신문깔고 큰그릇에 물 부어 마늘 불린 다음 하나씩 뚝뚝 마늘까시는 엄마.
언젠가 내가 친정에 갔을 때 엄마는 마늘을, 깐마늘을 내가방에 넣어주셨다.
아마 내가 마늘 까기가 제일 싫다는 말을 귀담아 들으셨다가 마늘을 먼저 까 놓으셨나보다.
생각해보니 나는 나쁜 딸이네.
내가 그렇게 말을 해서 엄마가 몰래몰래 마늘 까셔서 내몫까지 준비하시는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나는 마늘이나 쪽파다듬는 걸 제일 싫어한다.
쪽파는 그때 다듬어서 사용하지 않으면 꼭 마지막 일부분은 물러서 버리게 되니
혼자 투덜거린다.
그렇다고 매번 쪽파 김치를 할 수도 없고, 냉동시킬 수 도 없고,
그래서 가급적이면 대파로 대체한다.
아니면 비싸더라도 작은 양을 살 수 밖에 없다.
마늘도 까서 찧어 놓으면 얼마안가 색이 변하고,
매번 찧어 먹으려니 손도 아프고 귀찮기도 하고
게으른 주부 맞지? 응...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친정엘 가지 못한다고 엄마께 말씀드렸다.
내일 갈 때 오이지를 좀 가져가야겠다.
이젠 맛이 제대로 익었을 법 한데 아직 먹어보진 않았다.
내가 오이지를 담궜다는 말에 엄마가 그런거도 담금줄 아냐며 물으시니
우리 엄마는 나를 아직도 새댁으로 보나?ㅋ
요즘 새댁도 오이지 정도는 담글 줄 알텐데...
인터넷에 물어보면 금방이고 못할게 없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귀찮아서, 식구가 없어서 담궈 먹지 않을 수 도 있겠다.
작년엔가 친구가 준 오이지를 먹어보고 남편이 맛있다고 해서, 오이지를 좋아한다기에
이번에 조금 담궜는데 글쎄 맛이 있어야 될텐데...
오늘 오이지를 준 친구도 함께 만나는데 오이지 담그는 비법을 다시한번 물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