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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남편은 시어머니 큰 아들


BY 귀부인 2019-05-29


울 남편은 시어머니 큰 아들

                                              (2015년 7월 서천)
큰 아들(내 남편) 바라보는 시어머니의 애틋한 눈길이 왠지 슬퍼보여
시댁에선 남편이 뭘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별 간섭을 하지 않는다.
내 남편이 아니라 그냥 시어머니의 온전한 큰 아들로 
고이 돌려 보내려 노력한다.

결혼하고 시작된 해외 생활로 아들을 자주 보지 못하는 
시어머니의 안타까운 마음이 주름진 얼굴에서,
아련한 눈빛에서 느껴진다.
시어머니의 부엌에서 뭘 해야할지 몰라 손님처럼 멀뚱거리는
며느리 들으라는듯,
" 아이고 ,허리야! 허리야!" 하시면서도
아들 좋아하는 반찬 끼니때마다 챙기시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오늘 저녁엔 솜씨 좋으신 우리 시어머님표 특제 요리 붕어찜이
밥상 위에 올랐다.
당신보다 아들 더 챙기시는 시어머니한테 투정 부리듯 
시아버지 한마디 하신다. 

"아들이 오니까 나도 이런 음식 맛보는구먼.
내가 해달라고 할땐 그렇게도 안해주더니 아들 덕분에 일년만에
붕어찜 맛을 다 보네!"
"뭔 소리유,몇 번을 해 드렸구먼!"하고
영혼없는 대꾸를 하시면서 시어머니의 눈길은 
아들을 향해있다.

얼큰하고 뜨꺼운 붕어찜을 후 후 불어가면서 맛있게 먹는 
큰 아들을 바라보는 시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엔
' 자식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걸 보면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그 행복한 미소가 만면에 가득하다.

올해도 일주일이 체 안되는 짧은 시간을 시댁인 서천에서 보내며
냉장고 청소며 구석구석 쌓인 먼지들을 행여
시어머니 불쾌해 하실까 몰래 몰래 치우느라 진땀 깨나 흘렸다.
그 와중에 고구마 밭의 풀도 뽑고,빨갛게 익은
고추도 땄다.
그나마 다행인건 끼니때 마다 음식 챙기는건 하지않고 
설겆이만 했으니.....

내가 이렇게 종종 거리는 동안 남편은 허리 아프다는 핑계로 
그냥 소파와 방바닥에 들러붙어 낮잠을 자거나 TV를 보면서
뒹굴거렸다.그 모습에 짜증내며 화라도 내야 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내가 세상에서 가장 편히 쉴 수 있었던 곳이
엄마 계시던 친정 이었다면,남편에게도 아마 엄마가 계신 시댁이
세상에서 가장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아닐까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저 아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세상 다가진듯 
행복해 보이는 시어머니 앞에서 가장이라는 무거운 어깨의
짐도 내리고 ,세상살이 힘듦도 완전히 내려놓고,
온전히 엄마의 치마폭 안에서 아무 걱정없이 행복한 
아들이었던 때로 잠시라도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에서였다.

기분 좋은 저녁 식사후 집 앞 논두렁길을 남편의 어렸을적 
추억담을 들으며 산책삼아 걸었다.
하늘의 반달을 전등삼아 이름모를 풀벌레들의 연주소리 즐기며
한 시간여의 산책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오니 
시부모님들은 안방으로 들어 가시고 거실에 안계셨다.

리모콘을 집어들고 소파에 드러눕는 남편에게 
나 신경쓰지말고 무슨 얘기든 부모님이랑 나누라고 
남편 등 떠밀어 시부모님 방에 들여 보냈다.
에고오 울 남편 
"별 할말 없는디."
하고 시부모님 방에 들어갔다가 체 30분도 안되어 거실로 나온다

그나저나 나도 늙는가보다.
큰 아들 바라보는 울 시어머니의 눈빛에서 내가 울 아들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레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