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어야 기운이 나지." 하는 영감의 재촉에
식탁에 나와 앉았으나 도통 밥맛이 나질 않는다.
딸아이가 만들어다 준 고구마슾을 긁어 입을 축인다.
점심에 또 영감의 성화가 귀찮아서 나와 앉았으나 밥맛은 저리 가라.
먼저 먹기를 끝내고 커피를 타는 영감에게 청을 한다. 나도 한 잔 달라고.
향에 끌려 커피를 받아안고 밥을 첨벙 말아 즉석 커피국밥을 만든다.
아래층이나 딸아이에게 청을 넣으면 뭐든지 득달같이 대령을 하겠으나
시방은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고, 게다가 오늘은 주말이니 저마다 신랑들이 있을 터이고.
유달리 금술이 좋은 부부들이니 공연히 분위기 망치는 일은 말아야지.
멀뚱하게 내려다보는 영감에게 눈웃음을 주고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보다 못해 영감이 묻는다. 죽을 쑤랴 누룽지를 끓이랴.
이래서 둘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기 마련인가 보다고 개똥철학을 잠시 읊어 본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