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 내리는 오후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와 가방을 탁자위에 놓고 윗 재킷을 벗고 가디건으로 갈아입고 있는데 짧은 지팡이를 짚고 노인이 들어온다.
여름 내내 물건 팔러 다니는 노인들이 없었는데 시원해져서 그런가? 비도 내리는데...
속으로만 생각하며 쳐다보니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이다.
“어떻게...”
“으~응~ 지팡이를 맞춤했더니 너무 짧게 해놓아서 늘려달라고 가는 중에 잠시 들렀소!”
“아 미용실...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길 건너오는데 삐쩍 마른 미용실 원장이 불러서 갔더니 자네가 맡겨 놓았다고 봉투를 주더군. 과일도 잘 먹었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아니지요 어르신 제가 많이 고마웠어요.”
“그날 이 앞을 지나가도 문을 안 열고 그 다음날도 안 열고 어디 아프셨나?”
매일 이 앞을 지나가셨다고했다.
몇 살이냐고, 남편은 뭐하느냐고, 아이는 몇이냐고, 학교는 어디 다녔느냐고 묻는다.
이러다가는 내 밑천이 모두 공개 될 것만 같은 분위기다.
점심은 주로 무엇을 먹느냐고 묻기에 햄버거라고 말했다.
웃으시며 맛있는 거 사 줄 터이니 나에게 살을 좀 빼란다.
“송 혜교가 처음 TV에 나왔을 때 통통 했어. 귀여웠지. 그런데 살이 많이 빠지고 나서 여인이 되었어. 그래서 연하하고 결혼 했지. 살 빼면 어려보이기도 하지만 건강에 좋아. ”
우~ 하하하~
내 웃음소리에 놀랐는지 슬며시 일어나 이런 말을 남기고 그 노인이 돌아갔다.
"송혜교를 닮아봐!"
“안녕히 가세요.”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대체 몇 학년인데... 송 혜교? 왜 나를 송 혜교에 비교를...기분은 좋다만 설마 망령 난 노인은 아니겠지?”
이렇게 못된 상상을 하고 있는데 20분쯤 지나서 콰트로 치즈와퍼 셑트를 들고 들어오셨다.
당신은 영국 웨스트 잉글랜드 대학을 나왔고 햄 벅은 버거킹만 먹는다며 맛있게 먹어주면 또 사준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기분이 좋으신지 짧은 지팡이를 휘두르며...
누구나 받는 기쁨보다 베풀 때 기쁨이 더 크니까 그 기분 알 것 같기는 한데 저 양반 매일 오시면 어쩌지? 하는 염려를 하면서도 출출한 시간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