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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를 위한 정부 제도는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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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BY 이루나 조회 : 237

참 잘했어요!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라는 것을 쓰기 위해 의료보험공단을 찾아갔다.
담당자가 나를 안내해서 상담실로 들어가더니 조심스레 설명을 하길래
활짝 웃으면서 "저 내용 다 알고 왔어요. 편하게 이야기하시고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하셔도 됩니다." 했더니 그러시냐고 하며 웃으신다.

막상 서류를 대하자 마음은 한층 진지해졌다.  마지막 사인까지 마치고

싱긋 웃는 나를 건네다 보던 직원이  궁금한 듯 묻는다. 어떻게 벌써

그런 생각을 했나 궁금한 얼굴이다. 몇 년 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면서

 의무적으로 요양원에서 일주일 동안  실습을 해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절반은 경도 치매 환자였고 나머지 중증 환자들은 거의가 휠체어나 지팡

이에 의지를 해야 하는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좀 낫다.

누워서만 지내는 와상 환자들은 음식도 그린비아라는 유동식을 콧줄로 제공

하고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는 그야말로 숨만 붙어있는 사람들이었다.

금요일이면 주말에 면회 오는 가족들을 위해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힌다.

중증과 경증의 구분도 남자와 여자의 구분도 없이 혹은 서서 혹은 휠체어에

앉은 채 줄을 세워 목욕 순서를 기다린다. 탈의를 시키면서 거의가 차고

있는 기저귀를 벗길 때는 지독한 냄새를 겪어야 했고 축 늘어진 볼품없는

육체를 드러 내면서  성기가 보여 질 때는 안쓰럽고 미안했었다. 그런 상태로

씻겨주길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남자 여자 구분 없이 수건과 비누를

쥐여주며 목욕이라는 미명하에 가스실로 보내진 제2차 세계대전을 묘사한

목욕 장면이 떠올라 참담했었다. 

산다는 게 대단한 건 아니잖아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내 손으로 밥을 먹고
내 손으로 씻을 수 있을 때까지만 살고 싶은 것이 내 희망입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이 본인이 살아있음을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삶을 지켜

봐야 하는 가족들도 힘들 거고 그래서 결심했어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직원과 인사를 하고  내려오면서 나에게 말했다. " 참 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