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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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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처럼,,,,,


BY 이루나 2018-04-22

 

 

둘째 언니가 틈만 나면 어릴 적 잠시 살았던 그곳이 가보고 싶다고 하였다.
기동력이 있는 내가 주선을 해야 하는데 내년 봄에 올가을에 하면서 미루다가

점점 다리가 아프다고 절룩이는 언니를 위해 번개를 때렸다. 봄놀이 가즈야~~

급조된 제의에 어찌어찌 딸 넷이 함께 가게 되었다. 막내가 전화해서 하는 말이

언니네 집에서 가면 어차피 서울을 거쳐서 가니까 언니가 버스를 타고 오면 자신의

차로 터미널에서 만나 출발하면 군산까지 가는 장거리 운전의 부담이 준다기에

그러마 하고 14일 출발을 했는데 꾸물거리다 늦은 탓에 헐레벌떡 차에 올랐다.

3박 4일의 옷 가방에 핸드백까지 들고 차에 오르니 어라 18번 내 좌석에 대학생

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앉아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승차권을 들고 "18내측이 내

자리인데요 " 하자 벌떡 일어나더니 비켜준다. 얼른 앉아서 짐을 내려놓고 숨을

돌리는데 남학생이 나를 쳐다보며 하는 말이 "18 내측은 여기 안쪽 아닌가요?

17 창 측이 그 자린데요" 한다. " 헉,,, 그러네요 아유 미안해요 얼른 바꿔요"

하며  일어나려는데 " 아니요  그냥 여기 앉을게요 " 한다. 나의 낭패스러운

얼굴과 짐가방을 보곤 포기한 듯하다.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 내내 찜찜하고

미안했다. 버스를 자주 안 타기도 했지만 내측이란 단어를  안으로 들어가는

거라 착각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내리면서 미안했다고 다시 한번 사과를 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대답이 없는 게 걸쩍지근했다. 배웅 나온 막내 여동생에게 그 얘길

하고 늙었다고 마구잡이로 우긴 꼴이 돼 버렸다고 했더니 깔깔대고 웃으며 "  그

학생이 18 나와 하지는 않았네 " 하길래  대학교 선생이란 사람이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했더니 ㅎㅎㅎ 사표 쓴지 삼 년 됐어 괜찮아하더니 자기 얘길 한다.  딸하고

둘이 코엑스를 갔는데 주차를 하고 한나절을 돌아다니다가  주차장으로 왔는데

아뿔싸 둘이 서로를 믿느라 주차구역을 확인을 안 해서 통 기억이 안 나더란다.

둘이 흩어져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한참을 헤맨 끝에 차를 찾고 반가운

마음에 큰소리로 " 영주야 18c야 18c 18c로 와" 했더니 딸이 와서 엄마는 창피

하게 스리 큰소리로 18c가 뭐냐고 해서 한참을 웃었단다.

군산에 도착해서 그곳에 살고 있는 언니네 아들 집을 갔는데 5살짜리 언니의

손자가 할머니들이 떼를 지어 나타나니 어리둥절해서 살피느라 바쁘다.

할머니 1 할머니 2 할머니 3 나까지 소개를 마치자 막내가 얼른 나서서 "재열아

나는 이모야 만나서 반가워 " 하자 배시시 웃으며 " 그렇구나요 " 하며 반기니 우리

모두 어이없어 하며 웃었다. 오후에 관광 첫째 코스로 선택한 곳이 경암동 철길

마을 이었다. 교복을 입고 짝다리 포스로 사진을 찍고  진포 해양 박물관을 거쳐

히로쓰 가옥을 갔는데 내부를 들어갈 수 없게 닫아 놓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오니까 관리가 안 되는 탓인 것 같았다. 초원 사진관에 가서 한석규와 심은하의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를 보고 생생정보통에 나왔었다는 엄청난 양의 문어와

조개를 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조카의 집으로 돌아가 저녁 내내 붙임성이 좋은 녀석과 놀아 주는데 공룡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티라노 사우르스니 케라토 사우르스니 하며 이름을 불러가며 놀아

주는데 처음 듣는 공룡 이름을 외우느라 힘이 들었다. 언니가  "너는 야하고 대화가 된다.

나는 이름이 길어서 뭔 소린지 도대체 알아듣지 못해서 대화가 안되는데 " 해서 한번 더

웃었다. 늦은 저녁 잠자리에 들고 옆에서 무슨 얘긴가 계속하는 언니의 대화를 자장가로

들으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재열 군이 종종종 걸어 나오더니 잘 잤냐는

나의 아침인사에 모두를 휘이 둘러보더니 " 근데 또 한 할머니는 어디 갔어요? " 한다.  

와~하하하 웃으면서 이모가 아니란 걸 어떻게 알았지 ?

아침을 먹고 대천으로 가서 어릴 적 잠시 다녔던 학교를 찾아가니 47년 전에 내가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학교가 있었다. 신기해서 기웃대는 나를 보더니 행정실 직원이

나왔다. 47년 전에 이학교를 다녔다고 소개를 하고 이 건물이 그대로 있는 건가요? 

물었더니 그대로란다 외벽에 조금씩 보수를 하고 그대로 쓰는 거라 설명을 하더니 들어와

보시겠 냐기에 살짝 1학년 교실만 들어가 보고 그분이 가져다주는 커피를 야외에서 마시고

왔다. 학교를 나와 우측으로 가는 길이 지겟골이라 불리던 곳인 것 같아 이야길 하며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차를 틀어 올라갔더니 진짜 지겟골이었다 . 타임머신을 타고 47년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개화 예술공원이란 곳이 있어 거길 갔는데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 놓았다. 고관절 수술을 한 큰언니 다리 수술만 세 번을 한 둘째 언니가 절룩

거리며 힘들어한다. 노인인구 가 많다 보니 그곳도 예외가 아닌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았다. '언니들 기다려 봐 내가 저기 가서 헌팅에 성공하면 저 할배들 하고 부킹 시켜

줄게 " 했더니  " 야 할배들 싫어 그래도 내가 가오가 있지 " 하고 둘이 합창을 한다.

"어이구 이 할매들 좀 보소 자신을 모르네 저 할배들도 언니들 싫어해 그래도 저 할배들은

다리는 안 절잖아 " 했더니 " 맞다 " 하더니 까르르 웃는다. 관광을 마치고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회를 먹으면서 옛날 옛날 50년 전 이야기를 하노라니 함께 겪은 세월이고 함께

겪은 일상의 기억들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았다. 우리 자매들에게 힘든 시기였는데 모두

자기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으로 기억하고 받아들인 탓일 것이다. 

마지막 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전날 마신 숙취와 여행의 피로가 몰려왔다.
껌을 씹으며 운전을 하다가 중간에 막내와 교대를 했는데 뒤에 탄 언니가 토마토 주스를

주며 마시라길래 받아 마시다가 훅 껌이 함께 넘어갔다. 아이씨 물만 넘겨야 하는데 껌도

같이 넘어갔어 했더니 까르르 웃다가 뒷좌석에 큰언니가 하는 말이 " 야 나는 밥 먹다가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먹었는데 반찬하고 젓가락을 같이 씹어서 이빨이 깨졌었어 " 한다.

오 마이갓 ,,, 진짜 하며 내가 놀라자  둘째 언니가 나도 한번 그랬어 하는 말에 다들  웃는

웃는 게 더 웃프다. 나이가 들으니 운동신경이 떨어져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말 잘 듣는

사람을 가리켜 입안의 혀 같다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 입안의 혀도 주인 말을 듣지 않고 밥을

먹다가도 혀를 깨문다. 어릴적 기억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어린아이와 초로의 할머니를

넘나 들면서 젊음은 문틈으로 잠시 엿본것 처럼 짧다는 중국의 속담을 실감했다.

봄바람 처럼 스쳐 지나간 어린 날 들을 돌아본 짧은여행 이었지만 평균 나이 60인 할매들과의

여행을 나는 오래 오래 기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