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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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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 그 원인


BY 가을단풍 2017-12-28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다.

나도 숨 트일 장소가 필요했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산사를 찾았다.

주지스님께서는 공양을 드신후 처소로 들어가시어

깊이 똬리를 트신모양이다.

간간히 공양주 보살림의 움직임이 느껴지긴 하였지만

나 홀로 고요로 남겨진 시간은 아주 길었다.

책한권을 다 읽었다.

이생각 저생각

내가 어찌하여 여기까지 왔을까?

아이들 교육이 다 끝나지 않은 상태라 그리 여유롭지도 못하지만

회원들의 친목을위하여 기부금도 내주고 밥도사고 차도사고

봉사도 할만큼하고

그런데 왜 이런일이 생긴것일까?

처음 봉사회에 들어갔을때 생각을 되돌려 보았다.

29살 젊은나이에 헝클어 질때로 헝클어진 아픈 영혼을 담고 그 봉사회에 들어갔다.

그 봉사회는 나에게 정말 많은 이익을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르쳐주었고

학문적으로도 나를 무척이나 성숙하게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것은

내가 시간을 메꾸는 일을 해주었다.

20대 말이 그렇게 지나갔고,30대말도 그렇게,또 40대 말기도 그렇게 지났고

아! 50대 말이 되었다.

30여년을 웃고 떠드는 사이에 내 인생이 훌떡 지나버렸다.

29살의 헝클어졌던 아픈 영혼도 어느만큼 탈을 벗고

그럭저럭 인생이 여물어가면서

나는 우리 봉사회를 영혼으로 사랑하였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홀로 남겨진 산사의 깊은밤은 나에게 숙제를 풀수있는 기회를 주었다.

어느만큼 분노가 삭혀지니 조금은 고요로 내려 앉았다

누명에 원인이 무엇일까?
그 뿌리가 무엇일까?

 그 원인을  나에게서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산사의 새벽이 왔다.

아! 찾았다.아! 알것같다.

아무래도 내가 대표님께 너무 가까이 갔나보다.

나는 우리 봉사회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좀더 잘해보려고

기부금도 내보고 친목을 위하여 밥도 사고 차도 사고 하였는데

그것이 잘난체가 된것같다.

대표님께서 나를 의지하고 믿었던 상황들이 회원들 눈에는 가시가 되었는가보다.

음 그렇쿤, 내가 대표님 너무 가까이 갔나보군.

그런것들이 내 구설의 원인이 되었던것 같다.

 

여전히 산사의 아침은 빨랐다,

아침 공양을 마친후 부지런히 산사를 빠져나왔다.

주지스님께서 내가 다름질 하듯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보셨나보다.

길모퉁이를 돌려하는데"보살림 잘 가시오."

뒤를 돌아다보니 어느 영화에서나 봄직한

아주 단아한 모습으로 재빛 영혼이  하나가 나를 내려다보고 계셨다.

우우.....저분은 내 속을 훤히 뚫어보고 계셨으리라.

우우...부끄러웠다.

빙판이 사뭇 미끄러웠다.

왜 나는 내리막을 달렸을까?

어느만큼 달리다가 문득 숲길을 둘러보았다.

 잔설이 너무나 곱다.

차가운 날씨가 싫치만은 않았다.

 잔설속에 투영된 나를 보았다.

"너 아직 괜찮어."

 

딸아이와 데이트를 했다.

딸아이 남친까지 합세했다.

아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때묻지 않는 순수가 고았다.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얘가 여행가자는데 어떻해."

 

"지금은 안됀다. 너무 일러.

  너무 빠르면 니들이 힘들어진다."

 

"것봐 것봐,너 군대는 갔다와야 돼는거래,,"

 

아이들 재잘거림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우리 남편은 중병을 앓고 있었다.

마누라의 부재로 잠을 설쳤나 보다.

나보다 더 지쳐있었다.

"그래 숙제는 풀었나,누명의 원인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나."

우리 봉사회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박살을 내겠다고 말했다.

 

"노노노

원인은 내가 대표님하고 희희덕 거린 죄야."

 

당분간 이 겨울동안만은 집에서 조용히 근신하란다.

"녜.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