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냉장고를 열어보니
도토리가루 한봉지가 뒹굴뒹굴거리고 있어서
-며칠 전부터 신경이 쓰였는데
핑계아닌 핑계로 방치 놓았다가-
마음먹고 도토리 묵을 만들어봤다.
도토리와 물의 비율이 5:1 인가 6:1인가?
정답이 어디 있을까?
휘핑기로 저으면서 물을 부으니 5 1/2이 적당하다.
도토리가루는 아버님께서 작년에 산에 다니시면서
도토리를 주어 오신걸 고모님께서 방앗간에서 빻아주신거니
보통 도토리가루보단 정성이 들어간 것이다.
나도 정성이 들어간 도토리가루로 묵을 만들어
맛있는 양념을 만들어서 먹어보기로 마음먹고
양념과 재료를 손질하는데 그 흔한 상추가 없어서
또 냉장고 파기에 들어갔다.
사실 명절 때 마트에서 넘치게 장을 파서 그거 정리하면서
냉파 하다보니 마트를 잘 안갔다.
오이와 양파, 깻잎,당근이 있어서 잘게 썰어 양념과 버무리면 되는데
내 방식은
도토리묵을 가지런히 썰고 그 위에 양념장을 뿌려주고
도토리묵 옆에 잘게 썬 야채에 양념장을 뿌리고 마지막으로 깨를 톡톡 뿌려주면
비주얼이 좀 괜찮다.
난 도토리묵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른들은 은근히 좋아하시기에 가끔씩 준비를 한다.
그러다보니 나도 예전보단 그나마 도토리묵과 가까워졌고.
도토리묵에는 역시 깻잎이 빠지면 허전하다.
예전에 결혼한 친구네 초대받아서 갔을 때,
친구가 도토리묵 무침을 푸짐하게 해준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다.
깻잎하니까 언젠가 어느작가가 일본여행에서
깻잎튀김을 먹는데 주인장이 깻잎튀김을 정성스레 튀겨서 그위에 향신료를 뿌리는데
무릎까지 구부리면서 정성을 다해 일하는 모습에 감탄했다면서
작은일이지만 정성껏 일하는 주인장은 틀림없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다른 음식도 당연히 맛있을 거라고 생각되고,
자신을 뒤돌아 봤단다.
아무리 작고 보잘것 없는 일이라도 일을 하는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냐에 따라 작고 보잘것 없는 일은 없단다.
나도 그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음식을 접할 때 어떤 자세로 준비를 하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나와 나의 가족이 먹는 음식인데
좀더 정성껏 맛나게 준비를 해야되겠다 싶더라.
사실 귀찮을 때는 반찬하기도 번거롭고 있는 반찬에 간단하게 먹고싶지만
하루 세끼 먹는 음식
좀더 다양하게 먹고싶은 마음이 늘 자리잡고있다.
비가 오다가 개인 날씨지만 하늘은 흐리다.
오늘저녁 메뉴는 차돌박이를 넣은 된장찌개가 어울리겠다.
비를 머금은 남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