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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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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엔 별미


BY 마가렛 2017-08-23

비오는 날에 별미 

 

결혼하고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멸치고추조림이란걸 처음 만났다.

푸르둥둥한 것이 보기엔 입맛이 그닥 당겨지지 않았고

친정에선 먹어본 음식이 아니었다.

시어머님의 비법은 아주 간단했다.

삭힌고추를 잘게 다지고,

멸치는 내장을 제거해서 또 다지고,

여기에 물과 간장을 조금 넘어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이면

새로운 맛이 탄생했다.

처음으로 먹어본 이 맛이 밥맛 없을 때,

비올 때 입에 착착 달라 붙었는데...

 

 

게으른 며느리는 고추도 삭히지 않는다.

밑반찬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때그때 준비해서

곧바로 먹는 반찬을 좋아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나도 어느새 어머님 나이가 되었다.

그러고보면 우리어머님 너무 일찍 세상을 뜨셨다.

50이 조금 넘은 연세였으니 요즘은 청춘아닌 청춘인데 가엾으신 분이시다.

아들만 셋 두셔서 맏며느리인 나를 딸처럼 예뻐하시고

나와 함께 외출하는 걸 참 좋아하셨는데...

음식도 맛깔나게 잘하시고 내가 좀 처럼 접하지 못했던

가죽나물이며 고추튀각도 잘해주셨다.

겨울에 신김치 듬뿍 넣은 만두 맛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비도 오구 밥맛도 별로 없구 그러던차에 옛생각에 멸치고추조림을

새롭게 만들어보았다.

멸치는 국물용멸치-중간정도 사이즈-를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양이 제법 되어야 진한 맛이 나기에 멸치를 다듬어서  한 접시 준비하고,

고추는 풋고추와 청량고추를 반반 비율로 20개정도

썰어서 홍고추 두어개와 물을 적당히 넣어서 믹서기에 살짝 돌린다.

홍고추는 멋내기에 일조해서 추가로 투입한 것이고

없으면 건너 뛰어도 된다.

원래 다지면 더 좋은데 손이 아파서 꾀를 부렸다.

여기에 버섯 잘게 썰고, 양파 잘게 썰어서

보글보글 끓인다.

멸치가 억셀 수 있으니 뭉근히 한참 끓인다.

마늘과 집간강을 조금 넣어 간을 맞춰서 다시한번 끓인다.

취향껏 밥을 비벼 먹어도 맛있고,

양념장 대용으로 된장이나, 국 끓일 때 넣어도 맛나다.

 

아침에 비도 오고 기분도 가라앉아서

멸치고추양념장에 밥을 비벼 먹으니 다른 반찬이 멸치고추에 밀려서

제역할을 제대로 못한다.

어제 아침보다 밥을 많이 먹었다.

 

1박2일은 먹어도 물리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