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두어달 째 눈치만 보고있는 중인 일이 있다.
내 기억력으로 분명 계산이 안된 일이다.
며칠 있다가 주마고 가져 간 물건인데
며칠이 두달이 되도록 깜깜 무소식이다.
바로 내 가게 앞에 사는 할머닌데
일본제 그릇세트를 가져가고는
대금결제를 하지 않는다.
중간에 한번 환기를 시키고 싶었는데 참았었다.
워낙에 변덕이 잦은 성격이고
옷을 사 가면 자주 반품을 했다.
다른 사람이면 환불을 안 해 줄건데
일찍 혼자된 할머니라 안되 보여서....
그걸 악용한건지
가끔 옷을 사 가긴하는데
며칠 있다가 크다든지 작다든지 한다며
교환 내지는 환불을 해 간다.
이 가게 저 가게
여러 가게를 전전하며 말을 물어내는 성격인걸 알았기에
어지간하면 좋은 방법으로 대해줬더니
그릇값을 아예 떼 먹을 생각인 모양이다.
그 동안 내가 겪은 바로는
그릇값 이야기를 하면 분명 줬다고 할 성격이고
온 동네방네를 다니며 자기는 줬는데
또 달라고 한다며 나쁜 소문을 만들 할머니다.
그 성격을 알기에 그냥 스스로 알아지기를 기다렸더니
끝끝내 기억을 못하는게 아니라 안 한다.
내 가게 옆에와 앞 가게 사람들이
그 할머니 조심하라고 일러줬었다.
여우라고...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었다.
손님 없는 시간에 내 가게에 와서
자기 살아 온 이야기도 하고 간식도 가끔 들고오기도 했다.
정이 많은 할머니시구나..
참 힘들게 사셨구나...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는데
몇달 이웃해서 살아보니 그게 아니다.
한번 물건을 사 가면 끝까지 가는게 드물고
바꾸러 오기는 보통이고
두어가지 3만 5천원은 기억에서 지우고 있다.
좋은듯이 매일 대하고는 있어도 조심하는 중이다.
안 바꿔줘도 말 만들고 다닐 성격이고
물건 안 팔아도 말 만들며 다닐 성격이라
참 불편한 이웃이다.
말 많은건 질색이다.
소품들이 자주 바뀌면 구경삼아 보다가
한가지씩 집어가고
즉시 대금을 지불하기도 하고
저녁이나 이튿날 주기도 하는데 가끔은 잊어버린다.
그냥 필요한 이웃할머니 도와준셈칠까
끝까지 기억하게 해서 받아낼까
지금 기분으로는 그냥 묻어버리고 싶다.
그 돈 없어도 하늘은 무너지지 않을거고.
강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하던가
내가 가게를 열 때 누구보다도 상냥하게
모르는게 있거나 필요한 소품이 있으면
이것저것 건네주던 할머니가 다시뵌다.
손님들이 가게를 선택하듯이
나도 손님들을 선택하고 싶다.
죽순이처럼 하루에도 수 차례 수 시간씩
가게에 껌딱지가 되는 손님은 사절입니다~
적게는 몇벌 많게는 수십벌
입어보기만 하고 그냥 나가는 손님도 사양합니다~
한번 교환은 실수로 봐 드릴테니
두번 세번 환불까지 요구하는 손님 사절할께요~
입어보는 것 까지는 좋지만
뱀허물처럼 여기저기 훌러덩 던져놓는 손님
백화점에서도 그렇게 행동하시진 않겠지요?
뒤에 남는 업주의 마음은 다 똑 같답니다.
사람 참 다양하다.
메너가 쿨한 손님들도 많지만
진상 중에 상 진상들도 수두룩하다.
어쩌겠는가 작정하고 이 길로 접어든걸.
이럴 때는 상가보다
길거리 천막장사가 더 좋다.
우리 가게는 사거리 길목이라
다른 가게보다 더 시원하다.
문을 열어두면 바람이 잘 통해서
혼자 있을 때 어지간하면 에어컨을 자제하는 편인데
몇 시간씩 가지도 않고 앉아 있는 손님
가라고 할 수도 없고 참....
이번 주 내내 비소식이 있다.
여름 옷 정리를 해야겠네
선선한 가을, 계절이 바뀔 때는
매상도 좋아지고 덩달아 기분도 좋아지겠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