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란 남의 재물을 훔쳐가는거겠다??
그러고 보면 나도 절도를 몇번 당했고?
현장에서 웃지못할 사건들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남지장은 큰 텐트가 두 동이고
그 텐트 옆으로 길게 두줄
신발이며 그릇 생활소품들이 있다.
이른 새벽 보통 5시 30분쯤
장을 펴기 시작하면 두어시간 장을 편다.
옷가지만 해도 천여벌??
더 되면 더 되지 적지는 않을 것이고
다른 생활소품들과
신발까지 가지도 많고 분량도 많다.
풍물시장답게 눈요기거리도 많은 편이고
장도 길게 늘어져 있다보니
혼자서 보려면 바쁠 때가 있다.
이른 아침시간에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리는데
남들보다 먼저 좋은 물건을 고르려는 부지런한 손님들이
짐차에서 물건을 내리기도 전에 보따리를 풀기도 한다.
처음에는 약한 마음에 손님들이 풀어도 한마디 말도 못했지만
이제는 제법 장마당 밥을 먹었다고(?)
손님들을 자제시키고 순서데로 물건을 챙긴다.
그 날은 그리 바쁜 시간은 아니었지만
소품들이 있는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남성복 텐트에서 옷을 골라주고 있었다.
텐트가 두 동인데 한 동은 여성복
한 동은 남성복 전용구역으로 되어 있다.
그 동을 옆으로 소품들이 늘어 서 있는 그런 풍경이 내 남지장이다.
가운데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있고
양쪽으로 나누어진 두 동의 텐트
나는 그 한 동의 텐트 아래에서 양쪽을 보고 서 있었다.
자주 오는 편인 여자손님이 신발을 샀다.
한켤레의 신발값을 받았고 옆에
또 다른 남자손님의 옷값을 치루었다.
동시에 두 사람의 돈을 받고 막 돌아서려는데
어째 여자손님의 신발이 낯이 익었다.
그래도 닮은 신발이 있나보다..하고 보냈다.
바쁜 시간이 조금 지나고 헝클어진 신발을 다시 정돈하는데
어라????
아침에 내가 내 놓지 않은 낯선 신발이 보였다.
옷이야 워낙에 가짓수가 많아서 그렇다 치더라도
신발은 아침에 진열하면서 한켤레씩
꺼내면서 대충은 기억하고 있는 편이다.
아까 낯이 익었던 그 신발은
여자손님이 한켤레값을 주고 내 신발을 갖고 가고
자기가 신고 온 헌 신발을 벗어 놓고 바꿔신고 간 것이다.
내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슬쩍 헌 신발을 벗어 놓고
내 신발을 바꿔신고 가는 대담함.
한켤레값만 지불하고 두 켤레의 신발을 가진 것이다.
씁쓸하다.
자주 오는 손님인데 다음 장에 슬쩍 운을 떼어볼까?ㅋㅋㅋ
그 신발을 신고 나타나면 다행인데
간이 크지 않고서야 신고 오겠냐고?
하기사 간이 작고서야 백주 대낮에 그런 절도죄를 범하겠는지...
또 한번은 할머니손님이
탈의실에서 한참을 안 나타나더니
브라우스 한개를 들고와서 값을 치루었다.
아까 탈의실에 들어갈 때는 분홍색 니트도 들고 가는 걸 봤는데
니트는 안 보이고 브라우스만?
이상하다 싶어서 얼른 매장에 가서 쓰윽..훑어보니 그 니트가 안 보였다.
여성복은 철제 헹거가 길게 10개
아침에 보따리를 풀어 옷을 걸면서
옷걸이 하나하나의 간격을 맞추다보면 내 옷을 대충은 기억한다.
그 니트는 값이 나가는 고급 니트여서 더 기억하고 있었는데
쓰윽 훑어봐도 안 보였다.
돌직구는 안 던지고 말을 돌려 물어봤다.
"아까 니트도 들고 들어가시더니 니트는 안 하셨어요?"
그 할머니는 눈도 깜짝 안하시고 시치미를 뚝 떼고
"안 했는데 "
그러나 어쩌랴?
그 니트는 할머니가 목 끝까지 올린 지퍼 속에서
삐죽 나 요기 숨었지...하고 나온 걸.
괘씸했지만 다른 사람 눈도 있고 해서 조용히 야단쳤다.
"할머니 지금 안에 입은거 제 옷 같은데요."
그래도 아니라고 우겼다.
나는 조용히 할머니 겉옷의 지퍼를 내리면서
"그럼 이 니트는 누구건지요?"
그제서야 당황한 얼굴로 이게 왜 여기 있냐고....
어이없다.
그래봐야 몇천원만 주면 사는 옷을....
자존심 다 구기고 그게 뭐냐고.
결국 니트값도 받아냈지만 나잇값을 못한다.
그래놓고 그 다음장 또 옷을 사러 온 뻔뻔함이라니..
고맙다기보다는 내 상식으로는 이해불가.
몇만원씩 하는 옷도 아니고 몇천원이면 되는 옷값인데
입고 싶으면 참았다가 다음에 하나 더 사면되지
탐이 난다고 그런 행위를 하다니 지혜롭지 못하다.
내가 알아챘으니 망정이지
눈치채지 못했더라면 그냥 보냈을 것이고
그러면 다음에는 더 대담해졌을까?
거의 대부분 손님들은 정직하다.
매장이 넓고 혼자서 보다보니
어떨 때는 손님들이 계산을 하려고 순서를 기다리기도 한다.
내 눈을 속이려고들면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지만
정직한 손님들은 그러지 않는데
내 레이더망에 걸려들어서 재수가 없는건지..ㅎㅎㅎ
내가 다른 일로 잠깐 비운 사이 딸이 봐 준 날
꽤 비싼 식탁용 장식 조미료통이 사라졌다.
딸이 팔았는 줄 알고 물었더니 판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럼 그것도 잃어버린거네.
좀도둑이 제법 있구나.
몰래카메라를 설치해?ㅋㅋㅋ
가짓수가 아무리 많아도
엄마가 자식들 이름을 다 외우듯이
내 물건은 완전하게는 아니더라도 거의 기억한다.
특히 소품들은 하나하나 판 시간까지 기억하늗데
안타깝게도 그 조미료통은 사라졌다.
누가 가져갔을까?
날마다 식사시간에 그 조미료통을 볼텐데
밥맛이 좋을까?
몇푼 안되는 돈인데 양심을 버리지말지....
도벽이라고 말해야 옳을지
그냥 호기심에 한번 그래봤다고 해야 옳을지
그래도 남의 물건을 주인 허락없이 가져가는 건 엄연한 절도죄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