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만난것은 대학교를 졸업을 하고, 직장을 알아볼 무렵이였다.
여기 저기 이력서를 내고, 이곳 저곳을 혼자 다니면서, 면접을 보고, 실패의 아픔을 술로 달래기도 한 그런 시간들이였다.
나는 항상 혼자였다.
혼자서 밥을 먹기도 하고, 혼자서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떼러 가기도 했다.
거리를 가다보면, 사람들은 항상 서넛, 혹은 여러명씩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만 보였다.
나는 그들의 무리를 보면서, 나 역시 빨리 취직이 되어서, 그 무리 안에서,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그들과 함께 야근도 하고, 스트레쓰를 풀러 번화가에 가서 술도 마셔보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그를 보니, 외로움이 더욱 짙어졌다.
우연하게도
국민학교동창회에서 학급 반장이였던 그를 만나게 되었고,
그 당시 카리스마 넘치던 그를 만나니, 너무 좋았다.
그렇게 해서
잦은 만남을 갖고,
그렇게 해서
그와 결혼이라는 것을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하건데,
결혼은 하나의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나를 사랑한다.
내가 그를 사랑한다라는 착각이라고 말이다.
나는 단지 모든 회사가 나를 외면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나를 사랑해주고, 예뻐해주는 <그>가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하고, 또한 황송하기까지 했다.
모든 이력서와, 회사가 바라는 기준에 못미치는 성적증명서가 <나>를 외면하는데, 오직 <그>만이 다정하게 나를 아껴주는 것만 같았다.
지금...
벌써 이십여년이 흐른 이 시간...
<사랑>이라는 것은 없다라고 생각한다.
그냥
<의리>로 살아가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이십여년의 세월이 흘러서,
그도 늙고, 나도 늙고...
이젠 그냥 연민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만약,
내가
그 때,
내가 다닐 회사를 더 알아보고,
우리 아버지가 알아봐주신, 그 회사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더라면,
어떻게 내 인생이 변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나름 근면 성실한 <나>라고 자부를 하기에,
내가 <시댁>에 정성을 들인 만큼,
그 <회사>에 정성을 들였다면,
나도 나름 성공가도를 달려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큰아이인 딸아이에게는 <결혼>이라는 것에
더이상 <해라, 말아라>하지 않는다.
어떤이는 말한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다. 그러니,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낫다.>라고...
일년전만 해도
'그래, 결혼...하고 나서 후회했으니, 내인생...좋다'라는 생각이였다.
그러나, 지금 이시간,
'결혼에 담은 에너지로 다른 일을 했어도 무방하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러므로
나에게 있어서,
아니, 여성에 있어서 <결혼은 멍에>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