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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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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와 있었구나...


BY 이선네 2017-03-02


16살 때


친구가 검정 색 강아지를 준 적이 있습니다.


발만 하얀색 이였던


그래서 흰발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학교가 끝나면 거의 달려가다 싶이 해서 집에 와서는 책가방을 등에 붙인 채 흰발이를 끌어안고

 

놀았던 기억이 생생 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저는 지금 두 딸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때 강아지를 주었던 중학교 동창 친구는 소식이 끈겼다 문득 '찾아야겠다!' 는 절심함에 며칠을 여기저기 헤메다 예전 유행했던

 

싸이월드를 통해서  찾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지금은 종종 만나며 수다도 떨고 사는 이야기도 하고 친구는 아직 미혼이라서 그런지 제가 사는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다고 하고 저 또한  그 친구가 편하고 사람을 통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느낌에 요즘은 마치 데이트 날을 잡듯이 약속을

 

하고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친구네 집에 키우는 개가 새끼를 낳았다며 고민을 하는 겁니다.


너무 많아서이렇게 되면 안락사나 시장에 가서 팔아야 된다구요


순간 살려야된다는 생각도 들고 예전 친구가 주었던 흰발이가 떠 올랐습니다.


내가 한마리 키울께!


저도 모르게 자신 있게 이야기 하고 며칠 후 친구가 사는 집으로 갔습니다.


여전히 어릴 때 그 동네에 살고 있는 친구


밤에 늣게 도착한 탓에 집에는 못 들어가고 전봇대 밑 가로등 빛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 골목 안에서 꾸물꾸물 강아지들과 나오는

 

친구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순간 두근두근


친구 품에 안겨있던 이제 금방 젖을 뗀 새끼 강아지가 빼꼼이 고개를 드는데 예전 제가 16살 때 그토록 사랑하던 흰발이랑 똑같이 생긴

 

것이 였습니다.


왈칵…ㅜㅜ


떨리는 손으로 조심히 받아 안으니 꽁꽁 소리를 내는 것이 영락없이 애기 같았습니다.


몸이 좀 편찮으신 어머님 때문에 빨리 들어가 본다는 친구에게 어서 가라고 손짓을 하고 희미한 가로등불 골목 안으로 멀어지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니 어릴 때 같이 강아지들과 놀았던 그 친구의 모습이 곁쳐  한참을 바라보며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얼거렸습니다.


 


내가 , 참 멀리 와 있었구나…’


 


결혼을 하며 살던 곳을 떠나고 새로운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살고 이제는 타지가 더욱 익숙해진 지금, 변함없이 있는 친구의

 

모습에 한숨을 몰아 쉬며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들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놓치지 말자… '


누구든 그 무엇이든, 나와 함께 하는 모든 것에 대해 욕심으로 써가 아닌 소중함으로


그리고 내 친구의 옆에...

누군가 함께 서 있어주기를…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