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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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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세 할머니의 쓴소리


BY 한이안 2016-12-08

나라가 와글와글이다.

좋은 일로 와글와글이면 더불어 좋아서 잠시 들여다 볼 일이다.

 

하지만 고운 눈길을 보낼 와글와글이 아니다.

이럴 때 내가 선택하는 방법은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이다.

스포츠와 정치엔 도통 관심이 없는 나라서.

 

하지만 채널을 돌릴 때마다 잠깐씩 보이는 문구나 말들까지 다 밀어낼 수는 없다.

그런 말들이 내 머릿속에 고여 빠져나가질 않는다.

고등학생 남자 아이들을 가르치며 남자를 겪어본 난 어쩐 일인지 속이 싸하다.

다들 옆에서 겪은 것처럼 이렇하데 저러하데를 서슴지 않는 것도 그러하다.

몇 명이나 옆에서 겪어봤다고?

 

전두환으로 하여금 비자금을 토해내게 했을 때 난 손뼉을 치며 응원을 했고,

공무원 연금을 그렇게나마 개혁했을 때도 잘한다 했고,

개성공단 철수라는 강수를 뒀을 때도 끌려가지 않아서 잘했다고 박수를 쳤다.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그 나라의 풍습을 챙기는 감성외교도 나쁘지 않았다. 

 

한데 TV에서는 오로지 채찍질만 해대고 있다.

머시매들 아무도 못한 것을 해낸 공에 대한 평가는 온 데 간 데 없다.

웬지 몇 년 전에 선택받지 못한 머시매들의 여자 밀어내기는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비집고 들어온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이웃의, 80을 훌쩍 넘긴 할머니가 하셨던 쓴소리가 되새김질 하듯 떠오른다..

 

 "박 대통령 가여워서 어째?

  끼리끼리 모여서 히히덕거리 것들이 무슨 나랏일을 한다고?"

 

  할머니 말을 들으면서 난 속으로 할머니가 나보다 낫네, 한다.

  난 뉴스도 일기예보만 보고 있는 터였기에.

  그래도 할머니의 말은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다.

  내 나름의 머릿속 생각이 꿐틀거린다.

 

  앞에 말이야 동정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니 넘어간다 친다.

  한데 뒷말은 안 봐도 빤하다.

  한두 번 겪은 일이던가?

 

  "그러게 그런 것들이 무슨 나랏일을 한다고?

  할머니 말을 녹음해서 어디 올려야 하는데.."

 

  나는 우스갯소리처럼 대꾸를 하지만 속은 쓰리다.

 

  아줌마로서 같은 여자였기에,

  설렁설렁 일하는 남자부장들보다 여자 부장들이 깐깐하게 일을 잘 해내는 것을 직장에서 보아왔고,

때맞춰 음주가무를 함께 하며 공을 채가는 남자들의 세계도 보아왔기에,

  의연함이 엿보여 잘 해낼 거라는 믿음ㄷ 있었기에,

  그 날 난 하지 않던 투표를 했다.

 

  그리고 4년인가?

  얼마 얼마 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머릿수 세는 뉴스가 채널을 돌리는 짧은 시간을 건너서 내 귀에까지 다가온다.

  난 그 속에도 어려운 나라를 걱정하는 표정이 아닌 히히덕거리는 사람들이 넘쳐나지는 않는지, 씁쓰름하게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