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막내아들 생일이다.
학기 중이라 집에는 오지 못하지만
일단은 잊지 않고 축하전화는 넣었다.
여자친구가 준비하는 시험이 있었는데
성적이 잘 나왔다면 목소리가 밝았다.
아들도 10월에 꼭 따야하는 시험이 있다.
얼마 안 남은 기간 동안 준비 잘 하라고 격려하고
이번 생일에는 뭘 받고 싶냐고 물었다.
애들이 커서 그런지 요즘은 현금으로 주는 편이다.
어릴 때는 장난감이나 먹을거 사 주는게 생일 선물이었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나면서는 얼마간이라도 현금이 더 좋겠다 싶어서
필요한거 사라며 현금을 봉투에 담아서 건넸다.
이번에는 뭘 받고 싶냐니까
"에이~뭘요~절 낳으시느라고 힘드셨을 어머니께
미역국을 못 끓여드려서 죄송하지요."
엉????
다 컸네 우리 아들.ㅎㅎㅎ
어린앤줄로만 알았더니 이런 말도 할줄 알고.
어린시절에 부모를 일에 뺏기고 혼자 자란 아이다.
처음 이곳에 올 때 세살.
우리 나이로 세살이지 두 돌을 지나고 아장아장 걸음를 하고 왔다.
너르디 너른 운동장에서 혼자 삽자루 끌고 놀다가
엄마가 봐 주나 싶어서 주방에 오면
일꾼들 밥하느라 바쁜 엄마 곁에서 졸린 눈을 꿈뻑이다가 구석에서 자기도 하고
학교 간 누나들 찾으러 눈둑길을 혼자 걷다가 뱀한테 물리기도 하고
열감기에 걸려서 엄마를 찾았지만 700명 밥하느라 못 돌본 사이
열경기로 넘어간 아이를 들쳐 업고 응급실로 가기도 했던 그런 막내.
시험성적이 덜 좋게 나왔다고 미안해 하면 내가 그런다.
그 때 열경기만 안 했어도 서울대 가는건데...ㅋㅋㅋ
늘 미안한 아들이다.
그래도 장학생으로 대학생활을 마쳐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서울대나 서울에 있는 대학은 아니지만
재수 안하고 무사히 대학 입학하고 내년이면 졸업이니 고맙다.
어른들 섬길줄 알고 모난 성격이 아니니 고맙고
허세를 부릴 줄도 모르니 더 고마울 뿐이다.
착실히 대학 잘 마치고 취업까지 무난했으면 좋겠다.
방학 때 집에오면 꼭 안마를 해 주는 착한 아들이다.
자주 못해 드려서 죄송하지요..하면서.
세 아이들 중에서 제일 오래 잘 해 준다.ㅎㅎㅎ
막내의 올해 생일 선물은 썬그라스로 해 주려고 한다.
경주 조카가 안경공학과를 나와 제법 큰 안경점에 다니고 있는데
고등학교 때 부터 지 이모네서 알바를 하면서 실력을 쌓은 10년 넘는 베테랑이다.
조금 더 경험이 쌓이면 매장도 오픈 할 예정이다.
아직은 단독으로 하기엔 경험이 더 쌓여야 한단다.
안경점 하나 오픈하는데 밑천이 꽤 든다고 들었다.
며칠 전에도 이 고모한테 수십만원을 홋가하는
명품안경을 선물해 준 조카다.
젊어지시라는 예쁜 인사와 함께.ㅎㅎㅎ
다음 달에 러시아로 떠나는 둘째 것과 아들의 썬그라스를 주문했다.
모델을 사진으로 전송해 달라고 하고 돈을 부쳤다.
일반 안경점에서 바가지를 쓰는 것 보다는 조카를 통해서 하는게 낫지 않을까.
학생신분을 벗어나면 썬그라스가 필요할 것 같아
좋은 걸로 보내달라고 했다.
누구보다도 안경에 대한 지식이 많을거니 믿고.
넉넉할지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제법 많은 돈을 보냈다.
돈에 크게 구애받지 말고 좋은 안경보내달라고.
조카지만 본인의 가게가 아니니까 손해를 끼칠 수는 없고
직원할인 정도의 혜택만이라도 받으면 좋고
안 그렇더라도 믿고 바가지를 안 쓰니 더 좋다.
전문가의 눈으로 선택한 좋은 안경이 올 거라 믿고
나는 또 조카의 아버지 내 오빠네로 택배상자를 보낸다.
이것저것....건강식품까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