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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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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그라스


BY 그대향기 2016-09-01



내일은 막내아들 생일이다.

학기 중이라 집에는 오지 못하지만

일단은 잊지 않고 축하전화는 넣었다.

여자친구가 준비하는 시험이 있었는데

성적이 잘 나왔다면 목소리가 밝았다.

아들도 10월에 꼭 따야하는 시험이 있다.

얼마 안 남은 기간 동안 준비 잘 하라고 격려하고

이번 생일에는 뭘 받고 싶냐고 물었다.

애들이 커서 그런지 요즘은 현금으로 주는 편이다.​

어릴 때는 장난감이나 먹을거 사 주는게 생일 선물이었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나면서는 ​얼마간이라도 현금이 더 좋겠다 싶어서

필요한거 사라며 현금을 봉투에 담아서 건넸다.

이번에는 뭘 받고 싶냐니까

​"에이~뭘요~절 낳으시느라고 힘드셨을  어머니께

미역국을 못 끓여드려서 죄송하지요."​

엉????

다 컸네 우리 아들.ㅎㅎㅎ

어린앤줄로만 알았더니 이런 말도 할줄 알고.

어린시절에 부모를 일에 뺏기고 혼자 자란 아이다.

처음 이곳에 올 때 세살.

우리 나이로 세살이지 두 돌을 지나고 아장아장 걸음를 하고 왔다.

너르디 너른 운동장에서 혼자 삽자루 끌고 놀다가

엄마가 봐 주나 싶어서 주방에 오면

일꾼들 밥하느라 바쁜 엄마 곁에서 졸린 눈을 꿈뻑이다가 구석에서 자기도 하고

학교 간 누나들 찾으러 눈둑길을 혼자 걷다가 뱀한테 물리기도 하고

열감기에 걸려서 엄마를 찾았지만 700명 밥하느라 못 돌본 사이

열경기로 넘어간 아이를 들쳐 업고 응급실로 가기도 했던 그런 막내.

시험성적이 덜 좋게 나왔다고 미안해 하면 내가 그런다.

그 때 열경기만 안 했어도 서울대 가는건데...ㅋㅋㅋ

늘 미안한 아들이다.​

그래도 장학생으로 대학생활을 마쳐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서울대나 서울에 있는 대학은 아니지만

재수 안하고 무사히 대학 입학하고 내년이면 졸업이니 고맙다.

어른들 섬길줄 알고 모난 성격이 아니니 고맙고

허세를 부릴 줄도 모르니 더 고마울 뿐이다.

착실히 대학 잘 마치고 취업까지 무난했으면 좋겠다.

방학 때 집에오면 꼭 안마를 해 주는 착한 아들이다.

자주 못해 드려서 죄송하지요..하면서.

세 아이들 중에서 제일 오래 잘 해 준다.ㅎㅎㅎ

막내의 올해 생일 선물은 썬그라스로 해 주려고 한다.

경주 조카가 안경공학과를 나와 제법 큰 안경점에 다니고 있는데

고등학교 때 부터 지 이모네서 알바를 하면서 실력을 쌓은 10년 넘는 베테랑이다.

조금 더 경험이 쌓이면 매장도 오픈 할 예정이다.

아직은 단독으로 하기엔 경험이 더 쌓여야 한단다.

안경점 하나 오픈하는데 밑천이 꽤 든다고 들었다.​

며칠 전에도 이 고모한테 ​수십만원을 홋가하는

명품안경을 선물해 준 조카다.

젊어지시라는 예쁜 인사와 함께.ㅎㅎㅎ​

다음 달에 러시아로 떠나는 둘째 것과 아들​의 썬그라스를 주문했다.

모델을 사진으로 전송해 달라고 하고 돈을 부쳤다.

일반 안경점에서 바가지를 쓰는 것 보다는 조카를 통해서 하는게 낫지 않을까.​

학생신분을 벗어나면 썬그라스가 필요할 것 같아

좋은 걸로 보내달라고 했다.

누구보다도 안경에 대한 지식이 많을거니 믿고.​

넉넉할지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제법 많은 돈을 보냈다.

돈에 크게 구애받지 말고 좋은 안경보내달라고.​

조카지만 본인의 가게가 아니니까 손해를 끼칠 수는 없고

직원할인 정도의 혜택만이라도 받으면 좋고

안 그렇더라도 믿고 바가지를 안 쓰니 더 좋다.​

전문가의 눈으로 선택한 좋은 안경이 올 거라 믿고

나는 또 조카의 아버지 내 오빠네로 택배상자를 보낸다.

이것저것....건강식품까지.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