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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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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끼


BY 그대향기 2016-08-07



여름수련회는 무사히 잘 끝냈다.

마당에 받아 놓은 물통의 물이 온천수같이 ​뜨거워질 정도로 무더운 날씨에

마음은 계곡 어느 언저리에 발을 담그고 싶어도 몸은 주방 안에서 ​맴을 돌았다.

수련회를 끝내자마자 겨울 수련회때 난방문제에 심각한 해결이 필요해서

수련회 끝난 그 다음 날 바로 숙소 장판을 걷고 전기판넬 까는 공사를 시작했다.

10여년 전에 한 난방공사는 바닥에 자갈을 30센티미터 이상 깔고 그 사이로 온수파이프를

돌려서 데우는 방식이었다.

세월이 지나고 파이프가 노후되면서 방을 데우는 시간이 점점 오래 걸리고 심야전기로 한다고 해도

전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방이 한두개도 아니고 수십개나 되는 방을 전기로 물을 데워 덥히자니....

설치 원년에는 금방금방 데워졌는데 세월이 지난 요즘 사나흘 전부터 방에 전기를 넣어야 할 판이라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끝나고 나면 또 이틀 정도는 자갈이 덥혀져 있으니 방이 뜨끈뜨끈하고...​

그래서 전기판넬을 깔기로 했다.

금방 데워지고 끄면 금방 식어지는 편리하고 순발력있는 전기판넬.​

작업인부들이 10여명 ​들어왔다.

파트별로 작업을 하는데 공사를 떼 내 줬기 때문에 식사준비를 안 해 줘도 된다고 했다.

공사를 직영으로 한게 아니기에​ 공사대금만 지불하면 되니까 식사에 신경 안 써도 된다고.

그런데 여기는 시골이고 일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가려면 15분 정도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왔다갔다 30분 밥 먹는 시간 빼고 나면 쉴 시간이 없다.

공사장에 일하는 작업자는 점심시간에 잠깐 눈 붙이는게 꿀맛인데....​

제일 더운 날씨에 무거운 판넬들고 1,2층 오르내리랴 장판 걷어내랴~

땀을 샤워하듯이  흘리는 작업자들을 보는데 마음이 짠~

남편한테 그냥 내가 점심준비하겠다고 했다.

수련회 힘들게 겨우 끝내고 ​좀 쉬어도 된다고 해도 그냥 하겠다고 했다.

내가 좀 힘들고 더 더우면 작업자들이 쉴 시간도 생기고 일도 더 열심히 확실하게 해 줄 것 같았다.

첫날은 한우를 갈아서 태양초고추장에 달달 볶아서 비빔밥으로 했다.

우무가사리를 넣은 시원한 얼음 콩국과 잘 익은 깍두기 오이고추와 된장

둘쨋날은  ​여러가지 한약재와 녹두 잡곡을 우린 물에 인삼과 마늘을 듬뿍 넣은 삼계탕

세쨋날은 한우와 갖은 야채로 육수를 뺀 다음​ 살얼음 동동 냉면.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 시원하게 식힌 식당에서 ​점심을 드신 아저씨들이

내 생일날인가? 하며 즐겁고 맛있게 식사를 했다.

삼계탕은 잡곡과 녹두 집에서 농사지은 대추 그리고 한약재를 푹 고아서 ​그 물에 삶아서인지

닭고기가 아주 부드럽고 쫄깃한게 닭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맛있었다.

냉면까지 드시고 난 다음 아저씨들이 공사 잘 해 놓고 가겠다며 고맙다고 했다.​

일부러 '공사 잘 해 주세요' 말은 안했다.

그저 밥한끼 해 드리면 뒷마무리라도 알뜰하게 해 줄거라는 기대만 했을 뿐이다.

오늘 아침 작업장의 사장님이 일하러 오면서 포도 두상자를 안고 왔다.​

맛있는 밥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더운 날 일부러 자기들 때문에 주방에 들어가서 땀흘려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내민 포도 두상자

바라고 한 일은 아닌데 고맙다.

더울 때 일할 때는 입맛도 잃기 쉽다.

삼계탕국물이며 냉면육수까지 후루룩 다 비워준 아저씨들이 더 고맙다.

왜 자기집 아내들은 이 맛을 못 내는지 모르겠다며 몸보신 잘 하고 간다고 했다.​

저기요 아저씨~집에서 작은 영계 한두마리 삶아서는 이 맛이 안 난답니다.

나는 삼계탕을 할 때 영계를 쓰지 않는다.​

영계는 깊은 맛도 못내고 다리 뜯는 맛도 없어서 중간 닭을 반으로 잘라서 쓴다.

5천원정도 하는 닭을 반토막을 내서 등뼈 부분에 있는 붉은 내장들을 솔로 싹싹 씻어내고

양파 통후추를 넣은 끓는 물에 잠깐 담궈서 비린내와​ 기름을 뺀 다음 약재 우린 물에 삶는다.

영계는 너무 비리고 뜯는 맛이 없다.

닭 반마리가 부담스러우면 닭다리만 사서 삼계탕을 하듯이 해 먹어도 좋다.​

요즘 닭다리 1키로에 도매가격이 6500원?

다른데는 어떤지 모르겠다.

내가 쓰는 가격이 그렇다.

닭다리로만 하면 퍽퍽한 닭가슴살을 안 먹어도 되고 쫄깃한 다리살만 쪽쪽 찢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덕분에 우리집 할머니들도 복더위에 같이 잘 드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