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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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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흔들의자


BY 모란동백 2016-07-17

세상이 많이 바뀐 건 사실인가 봅니다.

저 지금 아름다운 별거 중이라고 인터넷에다 대고

선전을 해대도 부끄럽지도 않으니 무슨 일 인지 저도 모르겠어요.

살다보니 이런 일도 의연하게  넘기기도 합니다.

혼자사는 여자라고 동네에 소문도 났어요 그래서 뭘 어쩌라구요

내 처신만 잘하고 살면 되지요 이것이 나이값인가 봅니다

얼굴이 뻔뻔 해지더라구요

 

여하튼 딸부부가 여름휴가 때문인지 엄마 보러 오는건지 울산으로 내려온답니다.

나에게 비상이 걸렸습니다.

평소에도 많이 힘들고 지쳐서 나의 뒤치닥거리도 힘겨워 끼니를 건너뛰기 일수인데.

헉 ~~~ 어쩌면 좋아요.

백년손님 또 오신다니 끼니를 맛있게 해주어야 할 터인데 ....

집에서 하는 음식보다 바깥음식이 요즘은 더 맛나니 장모님표 음식이 그립다면

노탱큐입니다.

 

이 장모 사는데 지쳐서 힘겨웁고 내 나름데로 힐링으로 들어가 자유를 이제야 느끼는데 무슨

백년손님까정 내가 어떻게 감당해야하나요 ?

모르쇠 하고 외식으로 떼우고 싶어 딸에게 물었네요.

뭐가 먹고 싶으냐고 ?무조건 엄마밥이라 합니다. 즉 장모님표 밥을 해내라 하는거죠.

 

할라치면 할 수는 있어요 에어콘 팡팡 틀어대고 거한 음식으로 대접은 할 수있지만

조그만 아파트에서 음식냄새 풍기는 것도 그렇고 .

어쩌다 남편집에 방문을 하여 밑반찬이라도 만들라치면

냄새땜에 렌지후드 틀어대는 비용과 가스요금, 잘 빠지지 않는 음식냄새

후덥지근함... 

이렇게 따진다면 괜찮은 반찬가게 알아놓았다가 없는 반찬 빼놓고는

있는반찬으로도 잔치를 치를수 있는 세상이 되었잖아요.

그렇다고 반찬을 살 수도 없으니 (양심상)

 

이것도 문제이지만 남편집이 좁아요. 딱 일인용가구가 맞아요

아주 혼자 살려고 작정을 하지 않았으면

어쩜 앙증맞고 귀여운 평수를 선택했는지 어이는 없습니다.

  

사위부부를 어디다 시원하게 재우냐구요.

 

턱하니 차지하고 있는 빨간색 흔들의자가 남편의 집에 있어요

가끔은 나도 흔들의자에 걸터앉아 흔들흔들 .... 좋긴 좋더라구요

어제 전화가 오네요 흔들의자 치워야겠다구 왜 ? . 자리를 너무 차지한다구.

 

너네집에 갖다주마. 웃고 말았네요 딸에게 또 전화했어요

"딸, 안되겠다 아빠집이 좁으니 엄마집으로 오는건 어때 ? 여긴 주택이니 마음은 좀 편할꺼야.. " 했더니요

생전 엄마에게 큰소리 한번 안치고 엄마에게 그리 잘 하는 딸이

 

"엄마, 사위 밥해주는거 그렇게도 귀찮아 ? 그럼 안갈꺼야 그리고 아빠집, 엄마집 그런거 하지마 ~제발 "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부끄럽지도 않으냐고 하네요.

이 얘기를 그대로 남편에게 전했어요.

남편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이사람도 부모님에 대한 恨이 있거든요.

뭔가 깨닫는것 같습니다.제 속이 다 시원 해지더라구요.

딸이 확실하게 정점을 찍어줍니다.

 

시집을 가보니 이제야 엄마의 체면을 세워줄 줄알고

남편의 체면과 위신을 생각할줄 아는 어른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며

누가 그러더라구요

 

큰 바늘과 작은 바늘이 부딪치지 않게 잘 돌아가야 시계는멈추지 않는다구요.......


빨간 흔들의자
제가 키우고 있는 예쁜 초록이들 입니다.사위에게 자랑하고 싶건만...빨간 벽돌 멋있지 않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