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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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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BY 마가렛 2016-05-13

"잘 갔니?

예쁜카드와 예쁜글 오랜만에 받으니 젊어지는 기분이네.

힘든데 왜이렇게 고급진 커피잔을 산거야?

올 생일은 친구 덕분에 따뜻하게 보내게 되서 고마워.

분위기 있게 커피잔 잘 쓸게. 고마워^^"

 

버스정거장에서 단발머리 여고생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여학생이 다가와 웃으면서 아는척을 한다.

같은 학교 다닌다면서, 집이 어디냐고 묻는 여학생은 보조개가 예쁘게 들어간 키가 큰 학생이었다.

단발머리 여고생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같은 학교 신입생이란 것을 알고 눈인사를 했다.

둘은 버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학교를 다녔다.

만원 버스안에서 둘은 힘겹지도 않고 짜증내지도 않고 그냥 조잘조잘저리며 즐거워했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그녀들은 학교 정문에서, 학교 동상 앞에서, 장미꽃이 화려한 핀 장미숲 앞에서

흑백의 사진을 한 장, 두 장 찍으며 갈깔거렸다.

흑백의 사진도 잠깐 어느날 카메라 아저씨가 건네준 사진은 칼라사진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해서 우린 보고 또 보며 사진놀이를 즐겼다.

사진이 잘나온다며 사진관에서 우리 둘을 모델?로 사진을 여러장 찍어주었다. 

그사진이 어딘가에 있을텐데...

 

대학생이 되었다.

과는 달라도 둘은 또 같은 대학을 다녔다.

여고시절처럼 늘 만나지는 않았지만 서로 자주 만나고 명동과 대학로를 많이 걸었다.

그시절엔 남학생들이 많이도 좇아 다녔다.

한창 풋풋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시절이니 당연하지?

지금같지 않아서 그때는 학교를 졸업하면 취직도 웬만하게 잘되었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서도 이어졌다.

같은 빌딩에 근무하게 된 것이다. 무슨 우연이 이리도 ...ㅎ

회사는 다르지만 마음만 먹으면 매일 볼 수 있는 곳이다.

가끔 점심을 함께 먹고 퇴근 후에 만나기도 했다.

퇴근길에 난 취미생활을 하느라 우린 짬짬이 만났다.

어느 가을 우린 명동에서 같은 바바리코트를 샀다.

그것도 연보라빛 바바리코트를.

지금 생각하면 좀 촌스럽게도 생각되지만 그당시엔 멋지다고 생각하고 잘 입고 다녔다.

비오는 날 우린 같은 바바리코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며 우리에게 꽂히는 시선들을 외면하지않았다.

 

결혼은 내가 먼저 했다.

결혼식 때 부케는 그 친구가 받았다.

친구는 다음 해 3월에 결혼을 했다.

멋진 남자였지만 겉모습만 멋질줄이야....

 

바람이 부는 어제 친구를 만났다. 잠깐 짬을 내서 그녀의 동네로 갔다.

우리집에서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사는 그녀는 갑작스런 나의 등장에 놀라워했다.

이번 주말이 그녀의 생일이어서 작은선물을 준비했다.

선물을 고르면서 그녀가 마음에 들고 선물로 인해 그녀가 좋아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깔끔하게 포장된 선물을 내미니 그녀는 놀라워하며 기뻐했다.

보랏빛 카드는 선물 속에 숨어있었다.

사는게 바쁘고, 서로가 마냥 여유롭지 못해서 몇 년만에 챙겨보는 그녀의 생일선물이었다.

여전히 보조개는 그자리에 얼굴도 편해보였다.

힘들게 살아도 긍정적으로 남을 탓하지 않고 묵묵하게 새로운 자격증 준비를 하는 그녀가 예뻤다.

힘들게 사는 그녀에게 머지않아 5월의 햇살처럼 따사로운 빛이 살금살금 스며드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