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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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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실수


BY 그대향기 2016-03-17



둘째외손녀는 아직 세 돌이 지나지 않았다.

언니는 두 돌이 지나고 바로 대소변을 가렸는데 둘째는 아직이다.

말도 빠르고 모든 발육이 다 좋은데 대소변은 더딘 것 같다.

언니는 어린이집에 가고 얼마 안 있어 대소변을 가렸는데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신경을 덜 써 주는지 아직이다.

집에서는 쉬~마렵다고 말을 하기도 하고 응아~할래요 그런다.

오늘 낮에 어린이집에서 돌아 온 외손녀가 선생님한테 혼이 났다고 이르더란다.

"엄마. 선생님이 기저귀에 쉬야 했다고 혼냈어요.

무서운 얼굴로 김예령~그랬어요. 그래서 울었어요."

친구들 앞에서 쉬야 했다고 혼난게 자존심 상하고

선생님이 무서운 얼굴을 해서 울었던 모양이다.

지난 2년 동안 한 선생님이 둘째외손녀를 참 예뻐 해 주셨다.

워낙에 애교도 많은 아이다.

잘 웃는 아이기도 하다.

말도 곧잘하고 선생님이 예뻐서 너무너무 좋다고도 했다.

새학기가 되고 선생님이 바뀌자 전에 선생님이 더 좋다고 한 아이다.

그렇게 잘 가던 어린이집엘 안 가겠다고도 했다.

그렇게 며칠을 힘들어 하던 아이가 이제 막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

아이는 울고 돌아왔다.

집에서 기저귀에 실수를 하면 금방 엄마 미안해요~사과하는 아이다.

좀 늦긴해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 그냥 두고 보는 중이었다.

혼나고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당황스러웠다.

살살 달래면서 아이의 실수를 부드럽게 일러주고 다음엔 변기에 하자고 해 줄 것을....

그 어린게 얼마나 무서웠으면 울고 왔을까.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아이를 혼낸 사건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기도 겁난다.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에는 부모의 보살핌은 전무하다.

오로지 담당선생님의 보호(?)와 감시 아래서 지내야한다.

요즘 어린이집 학대사건이나 폭행사건을 볼 때마다 늘 조마조마하다.

내 아이를 거기 맡겨두고 오로지 믿음 하나로 견뎌야한다.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에 아이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전혀 알 길이 없다.

잘못하면 혼을 낼수는 있지만 아직 어린 아인데 친구들 앞에서 혼내고 창피를 주면

주눅이 들어 더 못 할 것 같다.

딸은 많이 당황스럽고 어찌해야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집에선 어쩌다가 기저귀에 실수를 하지만 어린이집은 모르기 때문이다.

기저귀를 빼 놓자니 속옷이나 바닥에 실수를 할까봐 귀찮고하니 그냥 기저귀를 채우는 모양이다.

선생님이 자주 물어주고 변기에 수시로 가자고 해 주면 좋으련만....

그 반에 아이가 10명도 안 되는 모양인데 어려울까?

똑 같은 어린아이라서 선생님이 힘에 부칠까?

혹시라도 아이한테 부당한 행동이 가해질까 봐 뭐라하지도 못하겠고

무서운 선생님으로 각인된 아이를 어찌해야될지.

실수를 잘 타일러 주고 다음번엔 변기에서 하자고 부드럽게 말해줬더라면....

말귀 잘 알아듣고 이해할 아인데 안타깝다.

딸한테는 월요일쯤 선생님한테 작은 선물을 보내라고 했다.

편지도 하나 적어서 같이.

꼬맹이들 데리고 수고가 많으시다는 것과

대소변을 좀 느리게 가리는 아이 때문에 힘드실거라 적고

잘 타이르면 곧 가리게 될 것 같으니 선생님도 좀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하루 온 종일 고만고만한 꼬맹이들하고 씨름 할 선생님인데 이해하기로 하자고.

그 대신 집에서 더 자주 물어 봐 주고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 쉬한다고 하고 응아 한다고 하라고.

집에서는 잘 가리는 편인데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고 나면 꼭 기저귀에 쉬를 하는 모양이다.

낮잠 재우기 전에 쉬를 시키고 재우면 좋으련만.

아이한테 더 무섭게 할 까 봐 조심스럽고 걱정이된다.

어린이집 사건이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가 않다.

그 어린 가슴에 상처가 남은 모양이다.

아이에 따라 이른 아이도 있고 좀 늦은 아이도 있다.

우리 둘째딸도 조금 늦은 편이었는데 닦달하지 않고 편하게 대했었다.​

속옷을 자주 적셨지만

"신나게 노느라고 급했던 모양이네~다음엔 쉬부터 하고 놀자~"

그러면 미안해 하고 금방 얼굴표정이 밝아지곤 했다.

야단치고 혼을 낸다고 더 잘 가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트라우마가 생겨 ​더 소심해지고 참으려고만 할 뿐이다.

어리다고 막무가내로 혼내기보다 실수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해 주고

변기에 가렸을 때 더 많은 칭찬을 해 줘서 자존감을 살려주는게 우선이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갑이 아니라  아이가 존중받는 어린이집이 진정 아이가 가고 싶은 곳이다.

여러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겠지만 내 아이를 돌본다는 마음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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