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8분음표처럼 들린다.
아직은 조금 이른 소리지만 산수유의 노란 입 벌림에서
나도 모르게 작은 찬성을 지른다.
동생이 컴퓨터를 배우기로 결심을 했다고
pc활용, 엑셀, 파워포인트, 포토샵...
조목조목 적어온 종이를 보여준다.
시간대와 강사진이 다르고 자기가 무엇부터 시작할 지
조언을 부탁한다.
솔직히 내가 동생보다 아주 쬐금 컴퓨터를 잘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있게 조언할 정도는 아니라
그녀가 현재 무엇을 목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배움이 달라진다고 알려주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잠깐 쉬고 있는 동생은
꿀같은 시간을 그냥 보내고 싶지않아
자기가 조금 부족한 컴퓨터를 열심히 배우려고 한다.
외국어도 등록하려고 한다는 말에
나도 그랬었었지...
완전 과거완료형이네..ㅎ
난 무엇을 배워야하나?
머리로는 매일 이런저런 생각에 회전을 하는데
마음은 늘 싸늘하다.
핑계도 많다.
속이 아직 완쾌되지 않아서,
돈이 많이 들어서,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꼭 못하는 사람이 핑계를 찾는다고 내가 그짝이다.
오후타임에 일자리가 찾아왔다.
8시까지라는 말에
아버님 저녁식사가 걱정이 되서
일자리를 잡지 않았다.
마침 옆에 있던 동생이 언제까지 아버님 식사시간에 연연해 하냐며
그냥 일을 시작하란다.
그러게... 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나?
결단력이 부족하지만
매번 혼자서 식사하시는 초로한 아버님 모습을 그려보니
그것도 마음에 걸린다.
직장을 다닐 때는 평일미사를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하더니 쉬고 있는 지금은
게을러서 평일 미사에도 잘 참석하지 않고 뒹굴거린다.
봄이 오고 있는데
나도 이 게으름에서 벗어나
작은 꽃화분 하나 사서 테이블에 올려놓고
봄을 노래하며 생기를 찾아야겠다.
봄아~ 생기있게 나를 불러주렴...
봄을 사러 어디부터 가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