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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 떨어졌다고 전해라~


BY 모란동백 2015-12-29

​귀하디 귀한 X-마스 황금연휴에

남편이 애들이 보고 싶은지 저에게 같이 가자합니다.

왠일로 나하고 동행을 하자는건지... 아마도 애들 때문이겠지요.​

울산서 하얀 스치로폴 박스를 차에다 싣더라구요.

애들하고 예비사위, 사돈댁까지 울산대게의 맛을 보여준다고

먹기만하면 된다면서 서울로 출발했어요.

 

그전 같으면 酒여 ! 酒 여 ! 할 양반이

어찌된건지 고속버스 탈때도

그냥 탑니다. 음료수 펫트병에 소맥을 만들어 나팔불며 서울까지 갈 양반이 이번에는

참 얌전합니다.

 

내심 불안했어요.몸에 이상신호가 오나보다. 에라 모르겠다 나의 명약은 멀미약 !

멀미약 한병이면 나도 모르게 쏟아지는 잠을 못이게하는 최고의 비상약 

눈뜨면 서울까지 무사히 도착합니다.

 

포근하고 행복이 뚝뚝 묻어나는 딸내미 신혼집을 구경하고

울산대게를 풀어놓고 배부르게 잘먹었어요.

볼수록 정드는 예비사위의 친절에 내딸 시집 잘간다를 되네이며

늘 똑같이 오늘만 같아라를 기도합니다.

 

딸의 생일케익을 끄고 내가 준비한 예쁜 팔찌를 딸에게 끼워주었어요.​

딸이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아들자취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속초로 가자고 합니다. 웬속초 ??

말없이 따라나섰습니다

또 멀미약 한병에 의지하며 속초 아바이마을 이란곳에​ 도착.

점심을 먹으려니 온통 오징어아바이순대집이 지천으로 있더라구요.

속이 좋지않아 그냥 생선구이 점심을 먹는데

갓 잡은 싱싱한 생선의 맛은 천국의맛 이더라구여​

어찌저찌하여 속초에서 일박을 한데요

뭣이라 하룻밤을 잔다고.......... 우리는 부부는 부부잖아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새 딸에게 연락해서 숙소를 예약 하라했나봐요

딸이 무슨 펜션으로 예약을 했더라구요 하룻밤 묵는데 140,000원 헉 ~​

 

이 냥반이 날 잡았나 ? 기가 차더라구요. 지하고 나하고 썸씽이 언제적 얘기냐구요.

별 상상을 다하며 일단은 말을 잘 들었어요. 근데요 ㅎㅎㅎ

들어가보니 깨끗하긴하데요. 제주도에 동생들이랑 펜션 경험이 있잖아요 ?

펜션은 가족끼리 와서 밥도 해먹고 정도 나누고 그런곳이지

예약해준 딸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이나.........​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건지.

쥔장에게 이불이나 한채 더 갖다 달라했어요.

내가 우스개 소리로 그랬네요. 만약 건들면 강간죄로다 처벌 받을 생각하라고...

 

그러고선 얼마나 피곤한지 그대로 잠에 떨어졌네요.

아침에 일어나니 침대에 저냥반은 널부러져 쿨쿨거리고

난 요에다 이불을 똘똘말이로

있고 ㅎㅎㅎ 누가 건든다고 착각을 하며 그냥그대로 잠들었나봐요.​

그리하여 울산으로 돌아오는데 멀미약 또 한병...... 말하기 귀찮아서요.

울산 터미널앞에 세워진 우리차에 올라타며

남편이 하는말

 

"앞으로 나가서 돈벌어서 니 앞가림 해 "

"뭐라고 내가 왜 !! 그리고 이 나이에 일자리가 어딨어 ? 50대 때도 없었던 일자리가 지금 있냐고!! "

​" 착각하지마라 난 너에게 정 떨어진지 이미 오래다 "

"​그래 ? 알고있어. 그래도 서류상 부부잖아 ? 나도 정떨어진지 이미 오래다 ~"

이 얘기를 하려고 우리는 서울,속초,포항 찍고 울산으로 돌아왔나보다.

첨이자 마지막 이별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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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복더위라 해도 종일 뜨겁지 않더라

저녁이 되면 열기가 식은 바람이 불기 마련이지

동지섣달 한파가 매섭긴 하지만

칼바람, 하루종일 사납진 않더라

한낮이 되면

따뜻한 햇볕이 몸을 어르기도 하던 걸.

그래서 알았지

우릴 지치고 꽁꽁 얼게 하는건

날씨가 아니더라는 것을.    ...........

 

이영 수필가 (기억해야 할 것)에서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