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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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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일본


BY 그대향기 2015-11-18

일주일간의 휴가를 잘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휴가기간 내내 비가 와서 좀 그랬지만

그래도 큰 비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오락가락하는 비여서 여행일정을 무리없이 마칠 수 있었다.

비옷과 여분의 옷을 잘 챙겨갔다.​

밤에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일본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이었다.

아침은 배에서 해결했기에 바로 시내구경에 들어갔다.

단체관광이 그렇듯 달리고 잠깐 구경하고

또 달리고 잠깐 구경하는 일정이다.

일본의 전통가옥을 구경하고 대표적인 사찰과

일본하면 곳곳에 성 구경이다.

우리나라 건축물과 다른 점은 일본의 성은

칼로 잘라 세운 듯이 끝이 날카로웠다는 것.

우리나라 궁전의 지붕 끝은 무게감이 있는 반면

일본의 지붕 끝은 어쩐지 사무라이의 칼끝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리에는 단 한조각의 쓰레기도 보이지 않았다.

시골길이든 도심 속 거리든 쓰레기는 찾아볼수가 없었다.

만 이틀 동안에 일본의 도로에서는

한국자동차를 단 한대도 구경하지 못했다.

내가 미쳐 발견하지 못했는지는 몰라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오빠도 딸도 한국차를 구경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독한 국산품애용(일본산)이다.​

작고 깔끔한 2층 목조주택들

집 안 나무는 단정하게 전지가 잘 되어 있었고

동네 하숫물이 흐르는 작은 도랑에서도 비단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다녔다.

조그만 잉어가 아니라 남자어른 장딴지만한 커다란 잉어들이었다.

생활하수를 어떻게 처리하기에 저렇게 맑을수가 있는지...

그들이 우리 나라에 저지른 과거사는 용서가 안되지만

그들이 지금 살아가는 방식은 배울 점이 많았다.

도심 거의 모든 지하에는 지하철이 잘 발달되어 있어

지상 도로에는 차들이 헐렁할 정도였다.

자동차들도 많은 숫자가 경차들이었다.

무서운 속도를 내는 차도 없었고 경적소리는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래도 오기가 발동하여 쓰레기를 한번쯤 발견하고 돌아가리라 마음 멋었지만

돌아오는 날까지 끝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얄밉도록 깔끔한  사람들이다.​

검소한 그들의 생활은 본 받을만하다.​

호텔 꼭대기층에 온천이 있었다.

도착한 날 저녁과 이튿날 새벽에 온천을 했는데

샴푸나 린스 세안용폼과 샤워용 물비누까지

반듯반듯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다 사용한 세숫대야는 거꾸로 잘 엎어두었고

옆 사람과의 간격에는 불투명유리로 가름막을 해 두었다.

청소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는데 언제 정리해 두었는지

새벽에도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호텔방에서도 가운이며 사우나용 옷에도

세탁이 되었다는 꼬리표가 한글로 표시되어 있었다.

섬유탈취제도 옷걸이에 달려 있었고

이튿날 아침식사도 ​얄미울 정도로 깔끔했다.

일식이 주된 요리였지만 양식도 한식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른 아침(새벽 6시30분 부터)인데도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는 전 직원들

우리 외손녀들한테는 예쁜 만화캐릭터가 그려진​

앙증스럽고 작은 식기를 따로 챙겨줬다.​

초밥의 나라 일본

우리가 간 곳이 원전사고하고는 거리가 아주 먼 곳이라 초밥을 마음 놓고 먹었다.

초밥 하나하나의 가격이 다 달랐고

초밥뷔페가 차려진 큰 건물에서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

특히 맛있었던 건 초밥도 맛있었지만 작은 복어튀김이었다.

복어살이 통통하고 담백하고 쫄깃한게 얼마나 맛있던지..

돌아오면서 남편것도 한 도시락 사 왔더니 아주 맛있단다.

그것도 얄미울 정도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알차게 구경했다.

주말에 열리는 풍물시장도 재밌었고

면세점에서의 눈요기도 즐거움이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해외여행에서는 쇼핑을 잘 안한다.

여행이면 그걸로 족하고 쇼핑에 돈을  크게 쓰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카가 이 고모한테 크게 한턱 쏜게 있어서

두 조카한테 면세점에서 향수를 두개 사 보냈다.

남편 것도 하나.

다른 건 아무것도 안 샀다.

딸은 이것저것 애들 과자도 사는 눈치고

화장품도 사는 눈치였지만 ​모른 척하고 있었다.

여행경비에 가이드 비용에 숙소 업그레이드로 이미 많은 돈을 지출했기에

애들선물에는 지출하지 않았다.

중간에 아이스크림 하나씩 정도?

배에서의 마지막 아침 정도까지.

돌아오니 아직 25000엔이 남았다.​

오빠부부가 많이 고마워했다.

처음으로 여권을 내면서 많이 설레었고

눈물나도록 즐거운 여행이었다며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앞으로는 일정금액 저금을 해서 내년에는 더 좋은 곳으로

다음에는 비행기를 타는 여행을 하자니까 그러잔다.

생각보다 더 큰 즐거움을 준 듯해서 나도 즐겁다.

또 열심히 일하고 다음번 여행을 준비하며 행복하다.

여행은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발전시키는 시간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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